돌들이 왜각대각 충돌하기 시작했다. 한 수만 삐끗하면 그대로 절명이다. 백46은 안형을 의식한 웅크림이다. 원래 이 동네는 흑의 세력권이었으므로 백이 두눈을 내고 사는 게 쉽지 않다. 백50은 고심의 일착. 상식적인 행마라면 참고도1의 백1로 어깨를 짚는 것이지만 그것이면 흑은 무조건 2로 몰아버릴 것이다. 백은 3에서 5로 모양을 정돈해야 하는데 흑6으로 모는 수순이 통쾌하다. 이 코스는 백이 너무도 불만이다. 그래서 50으로 헤딩을 해본 것인데…. 흑51로 젖히자 백의 다음 응수가 신통치가 않다. 5분간 고심하다가 이창호는 52로 이단젖힘을 했다. 이렇게 되면 55까지는 필연. 백은 대망의 자리 48에 손이 돌아왔다. 이곳을 젖히게 되어서는 거의 수습된 모습이다. “이걸로 살았지?” 윤성현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거의 살았다고 봐야 하지만 아직 온전하진 않아요.” 잠시 후에 구리의 지독한 공격의 수가 등장했다. 흑63으로 안형을 없앤 수가 그것이었다. “좀 심한 것 아냐?” 다시 윤성현에게 물었다. “이런 무식한 공격이 구리의 주특기예요.” “백이 더 확실하게 사는 수순은 없었을까?” 있긴 있었다고 한다. 참고도2의 백1로 두고 이하 백9까지로 사는 수는 있었다. 그러나 흑8을 허용하고 흑10까지 얻어맞아야 한다. 프로라면 이렇게 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