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2월 15일] 인샬라, 보끄라, 마피쉬

중동 사막의 건설현장에서 보호안경을 쓴 한 젊은이가 ‘힘들지 않습니다’라고 외쳤던 기업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피 끓는 열정과 젊음으로 ‘힘들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솔직히 말하면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지난 2006년 2월 이집트 카이로 외곽 사막에 위치한 대학캠퍼스 건설현장에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섭씨 50도를 넘는 찜통 같은 무더위와 시도 때도 없이 부는 사막바람으로 공사현장은 말 그대로 사투(死鬪)의 현장이 되고는 했다. 이역만리 타향살이의 외로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용광로 같던 열정이 낯선 세 마디의 이집트어로 가로막혔다는 점이다. “이 일이 가장 중요하니 오늘 안으로 끝내달라”고 요구하면 이집트 현장의 근로자들은 ‘인샬라(신의 뜻대로)’를 되풀이했다. “이 일을 지금 바로 해달라”고 하면 그들은 어김없이 ‘마피쉬(없다)’나 ‘보끄라(내일)’를 반복했다. 노력은 하겠지만 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요, 내일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렇듯 해외 현장의 초기 6개월은 ‘사람’이라는 장벽에 막혀 좌절의 연속이었고 긴장관계의 반복이었다. 나름대로 현지 근로자에게 설명하고 가르치고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지만 항상 기대 이하의 결과가 반복될 뿐이었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종교가 달라서 오는 근본적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나니 해결책은 간단했다. 밤이면 입시생처럼 현지어를 공부했고 같이 식사하고 놀면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신뢰가 쌓이자 현지 근로자와의 모든 문제가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졌다. 9월 드디어 착공 4년 만에 이집트 사막 한가운데 카이로 아메리칸대학 캠퍼스 건물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신전에 사용했던 돌이 사용된 캠퍼스는 이집트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인정 받고 있다. 돌이켜 보면 습관적으로 외쳤던 ‘아나 무한데스 꼬리(나는 한국의 엔지니어다)’를 버리고 나서야 진정으로 한국 엔지니어의 자존심, 더 나아가 한국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카이로아메리칸대학 캠퍼스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대한민국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세계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철저하게 현지화되는 것이 바로 해외 시장 개척의 성공 열쇠임을 깊이 깨닫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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