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꿈을 접을 수는 없다

지난 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줄기세포는 없다”는 폭로와 뒤이은 16일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분명히 만들었고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기자회견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줄기세포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한국이 낳은 최초의 과학 스타’ 황 교수가 그동안 구축해온 명성에 흠집이 불가피하게 됐다. 황 교수의 든든한 후원자로 알려졌던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황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13일. 그 이후 한달여 넘게 황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난자 채취 과정의 윤리성 문제에서 시작해 성과에 집착한 언론의 강압적인 취재에 이어 사이언스 게재 논문의 진위 여부로까지 번져왔다. 당사자들의 주장이 크게 엇갈려 있기 때문에 황 교수 논문의 진위 여부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황 교수가 자신의 주장대로 2주일 안에 훼손된 줄기세포를 복구하던가 아니면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해외 과학계의 검증 등을 거쳐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황 교수 논문을 둘러싼 검증 결과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지난 몇 년간 생명공학기술(BT) 강국으로 급부상해온 한국의 위상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 교수 외에도 BT 분야에서 세계 유수 연구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훌륭한 연구자들이 한국에 많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으로 BT 분야 연구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관련 연구자들이 날개를 접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황 교수를 우상으로 삼아 과학자의 꿈을 키워온 어린 꿈나무들이 이번 사태에 실망을 느끼고 꿈을 접는 일일 것이다. 21세기 한국을 먹여살릴 유망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BT 분야에 대한 연구 지원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성과 위주의 연구 관행과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의 미비 등의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유사한 논란은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과학기술 연구를 둘러싼 지원 및 검증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과제는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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