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는 피와 땀, 눈물이 만들어낸 거대한 강이다” 지난 30년동안 반도체 영업전선에서 활약해온 조남용(55ㆍ사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삼성의 반도체 역사를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연구동에서 만난 조 부사장은 반도체 개발초기부터 메모리 영업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뛰어다녔다. 그는 시장 진입초기엔 해외시장에서 미처 명함조차 내밀지도 못할 만큼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조 부사장은 “거래선이 아예 만나주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썬이나 IBM 등에 제품을 갖고가 단지 평가만이라도 해달라고 매달렸다”며 “창고에 수북이 쌓여가는 재고더미를 보고 한숨만 쉬던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조 부사장은 인터뷰 내내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공요인으로 ‘스피드’를 유난히 강조했다. 그는 “제품 트레드의 변화가 워낙 빠른 상황에서 후발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치고 빠지는 히트앤드런(Hit&Run) 전략밖에 없었다”며 “스피드경영에는 빠른 선택이 필요했고, 삼성전자의 빠른 선택에는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에 대한 강한 집착도 영향을 미쳤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회사에서는 일단 제품을 선택하면 자신도 놀랄 정도의 엄청난 스피드를 보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흥공장을 지을 때 공기를 맞추기 위해 겨울에 콘크리트에 볏집을 놓고 불을 붙여 말릴 정도였다”고 조 부사장은 숨가쁘게 돌아갔던 당시를 회상했다. 조 부사장은 인터뷰 도중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한 장면’이라며 기자에게 빛 바랜 컬러사진 한 장을 보여 주었다. 사진에는 ‘반도체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이윤우 삼성전자기술총괄 부회장을 비롯해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을 이끌고 있는 임원들의 힘찬 모습이 담겨 있었다. 물론 모두가 30~40대 젊은 시절이다. 조 부사장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미국에서 전략회의를 마치고 축구경기를 한 후 찍은 것”이라며 “당시만해도 92년까지 반도체 업계에서 10위안에 들자는 ‘톱10 by 1992’ 가 목표였는데 정작 92년이 되자 D램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조 부사장은 기자에게 ‘반도체 신조’가 뭔지 아냐고 불쑥 물었다. 바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공유했던 다짐이자 각오였다고 한다. 조 부사장은 이내 눈을 감고 ‘모든 것은 숫자가 증명한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을 가져라’ 는 등 몇 가지 신조를 그 자리에서 줄줄이 외웠다. 사업초기 어려움을 함께 했던 그들이라면 결코 잊혀지지 않을 듯싶었다. 조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지난 80년대 후반 불황이 닥치자 일본업체들이 포기하는 상황에서도 3라인을 건설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확보로 반도체 신화를 만들었다”며 “메모리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세계 1위도 머지 않았다”고 장담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 76년 삼성전자 반도체로 입사해 30년 동안 반도체 영업에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입사 이후 구매업무에 잠시 몸담았을 뿐 메모리 반도체 영업분야에 줄곧 근무해왔다. 지난 95년 임원 승진 이후 해외영업팀장, 유럽판매법인장, 전략마케팅팀장 등을 두루 거치며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이끌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를 일어서며 문득 조 부사장이 30년간 판매한 반도체가 바로 정보기술(IT)코리아의 밑거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