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미공단 민노총 세력 급속약화

한국합섬등 강성노조 기업들 도산 줄이어<br>한노총 전환 한국전기초자는 정상가동

만성적인 파업과 시위로 악명(?)을 떨쳤던 코오롱 노조는 지난해말 조합원투표에 의해 민노총에서 탈퇴해 독자노조로 전환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부당해고 철회등을 요구하며 회사앞 인도를 점거해 농성하고 있는 조합원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한때 조합원 1만여명으로 세력을 떨치던 민주노총이 위기에 봉착했다. 그간 첨예한 노ㆍ사 대립을 보이던 한국합섬이 감량경영을 통한 경영진의 끈질긴 재기노력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근 폐업하게 됐다. 이로써 구미공단에서 민노총 계열로 강성노조가 결성됐던 대부분의 기업들이 도산하는 불행을 자초했다. 폴리에스터 장섬유 분야에서 단일규모 세계2위를 자랑하던 ㈜한국합섬과 계열사인 ㈜HK는 지난 7일 대구지법에서 회생절차 폐지결정이 내려져 정리절차에 들어갔다. 구미공단에서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손꼽혔던 ㈜흥명과 양우화학이 오래전 폐업한데 이어, 대하합섬과 금강합섬도 이미 도산했다. 최대인원 4,000여명이 근무하던 오리온전기도 경영권이 외국회사로 넘어가면서 노사간 마찰이 심화돼 결국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는 달리 과거 강성노조로 노동쟁의가 빈발했던 ㈜한국전기초자는 노ㆍ사 양측이 심각한 손실을 입은 끝에 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으로 전환, 현재 정상 가동되고 있다. 또 지난 2005년 65일간의 장기파업을 벌이며 노ㆍ사는 물론 지역사회에 큰 피해를 입혔던 ㈜코오롱 노조도 지난해 12월22일 조합원투표에 의해 95%라는 압도적 지지로 민노총에서 탈퇴해 독자노조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구미공단에는 현재 온건노조로 분류되는 ㈜KEC(구 한국전자)와 ㈜대우라이프 등 군소업체와 전교조를 비롯한 일부 공공부문 노조들만 민노총 소속으로 남아있어 세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이달 정리절차에 들어간 한국합섬은 지난 87년 설립돼 한때 1,600여명의 종업원이 연간 6,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거대회사로 성장, 생산의 70%를 수출하고 국내시장 점유율 45%를 기록했던 독보적인 회사였다. 그러나 섬유산업 퇴조에 따른 적자가 누적되자지난해 3월 자회사이면서 주력회사인 ㈜HK가 종업원 870명중 352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 노조가 회사를 점거 농성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같은 해 6월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아내 재기가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채권단과 신규자금 150억원을 투입키로 하는 회생안을 마련한 사측에서는 산업은행등 3개 채권단이 무쟁의, 임금동결, 3조3교대 등 5개항을 노조에 제시했으나 거부당했다. 그 동안 사측에서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수 십회에 걸쳐 노조에 협조를 요구했으나 번번히 묵살당했고, 지난 1월29일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관계인 집회에서도 노조는 노조 동의 없는 회생계획안을 거부했다. 사태가 막바지에 이르자 노조에서는 채권단이 요구한 5개항 중 임금동결과 신규자금 사용에 대한 2가지 조건만 수용하겠다고 뒤늦게 통보했지만 흐르는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었다. 이에 대해 구미시 상공 관계자들은 “노조가 협조했다면 얼마든지 건실한 회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거대기업의 폐업으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는 것은 지역 사회의 크나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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