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맛」 시장 영토넓히기 경쟁 “후끈”(정수기)

◎올 성장이냐 추락이냐… 판촉전에 기업성패 달렸다/가격파괴·새모델 개발… 외국사에 “게 섰거라” 도전/업체마다 기존 유통조직 재정비·광고비 대폭확대 등 총력/“소비자 인지도 높여라” 방문­특약판매 별도법인 설립도「올해부터는 판매망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지난해까지 불꽃튀는 신제품 출시경쟁을 벌이던 정수기업계가 올연초부터 판매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경기가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고 있어 최근 4년 동안과 같은 시장팽창추세가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에따라 업계는 그동안 닦아놓은 시장을 다지는 한편 조금이라도 자기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킨다. 실물경제 여건상 예년과 같은 급팽창을 기대하기 어려운 올해 정수기시장의 판도는 판매망 확보경쟁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수기업계로서는 올해가 성장세를 이어 가느냐 아니면 정체상태에 머물 것이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가 시장의 지속성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결국 승부는 판매조직확보 싸움에서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수기는 고급 소비제품이다. 이 때문에 경기의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수기업계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이 급팽창세를 보일 때는 힘들이지 않고도 영업을 할 수 있었으나 국내경기 자체가 침체국면을 보이고 있는 반면 경쟁업체수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정한 시장지분을 확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업계가 약속이라도 한 듯 판매조직 확대를 감행하고 다양한 판매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가 깔려 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달초 유통법인인 웅진코아를 따로 설립하고 일찌감치 판매망 확충에 선수를 치고 나섰다. 기존의 판매조직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기본 방침을 유지하며 새 유통법인을 설립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웅진코웨이는 실제로 웅진코아를 설립한 지 두 달도 채 안되어 법인설립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같은 계열 판매법인간에 판매경쟁이 붙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정수기판매(주)라는 별도의 판매법인을 설립한 대우전자 역시 방문판매조직 확대에 큰 비중을 둘 예정이다. 현재 전국 18개처 4백20개 지부에 7천명의 판매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우전자는 조직의 정비와 확대를 병행할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이와함께 올 정수기 광고규모를 지난해의 8억원보다 3배가 많은 24억원으로 확대한다. 현재 활동중인 판매인력만도 2만5천명을 보유하고 있는 청호인터내셔날도 조직확대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청호는 인력이동이 극심한 정수기업계의 특성을 감안, 올해부터는 자체 인력단속에도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다. 이와함께 획기적인 판매방식을 모색하는 중이다. 청호는 또 올 한해동안 1백억원 가까운 자금을 광고비로 투입해 광고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계획이다. 신성씨엔지의 경우 지난해 정수기 판매가 부진했다고 자체 분석하고 현재 10개 사업처 1백20개에 그치고 있는 판매조직을 연내로 3백개까지 확대키로 했다. 신성은 특히 서울지역 판매망을 보강하는 동시에 그동안 취약지역으로 분류되어온 대구 마산지역의 판매조직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방문판매조직을 갖추지 않은 회사들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유통망 확충경쟁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내수시장에 참여한 중소 정수기전문업체 거산인더스트리는 지난해 12월 정수기판매를 위한 다단계판매회사를 차렸다. 거산 계열의 다단계 판매회사인 코스웨이는 현재 전국 80개의 영업소를 확보한 상태. 코스웨이는 오는 3월까지 영업소 규모를 2백개까지 늘려 전국 시·군에까지 유통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판매회원수도 올 연말까지 현재의 1만명에서 5만명선으로 대폭 늘려 국내 랭킹 10위권의 다단계판매회사로 올라선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코스웨이는 판매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수기를 주력품목으로 하고 연수기와 녹즙 등 건강보조식품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정수기시장에 진출한 코오롱은 총판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접할 수 있는 폭을 크게 늘리는 쪽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수기시장 진출과 함께 계열 편의점인 로손을 통해 정수기를 판매해온 코오롱은 특약점수를 현재의 1천개에서 4천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코오롱은 자사 정수기인 하이필을 로손과 10개 백화점에 집중 공급하는 한편 약국, 가전대리점, 의료기기점, 화장품점 등과 특약을 체결하고 소비자에 대한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코오롱은 특약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올 광고비 규모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많은 35억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또 최근 냉온정수기 및 언더싱크형 정수기를 출시한 것을 비롯 오는 5월초 수도꼭지형 정수기 2차모델을 발표할 계획을 세우는 등 정수기모델을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동양매직은 현재의 점두판매가 판매에 적절치 않다고 분석하고 정수기전문판매유통망을 갖추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온수기를 판매하고 있는 태일정밀은 방문판매를 위한 별도의 유통법인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가 판매망 확충을 중점 추진하면서 최근 정수기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판매방식이 매우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정수기는 방문판매가 주류를 이루고 대리점 판매가 곁가지로 붙어 있었지만 최근들어서는 다단계판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편의점 및 대형 유통업체를 통한 간접 판매, 특약판매, 정수기전문대리점판매 등도 새로운 정수기유통망을 형성하고 있다. 다단계판매는 외국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암웨이, 뉴스킨, 렉솔코리아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 다단계판매회사들은 중저가형 정수기를 들고 소비자층을 파고들고 있다. 이런 추세는 시장개방으로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는 유통시장의 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주목을 끈다. 외국의 다단계판매회사들은 유통시장개방과 다단계판매 허용을 틈타 최근 1백만원 이하의 중저가형 정수기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의 내쇼날, 산요 등 외국 정수기생산업체들도 국내 수입공급업체를 통해 국내 정수기시장에 속속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들의 참여도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줄지어 정수기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 대우전자, 코오롱, 동양매직, 효성 등에 이어 오는 5월께는 LG산전이 새로 가세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업계의 치열한 경쟁으로 정수기시장은 춘추전국시대의 정점에 다다른 듯한 느낌이다. 소비자들로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최근의 판매망 확보경쟁에 이어 정수기시장에 제2의 가격파괴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박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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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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