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사우디, 흔들린 우정

살만 국왕, 美·GCC 정상회담 불참… 이란 문제 불만 표시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다시 한번 감지됐다. 13~1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릴 예정인 미국과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간 정상회의에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이례적으로 불참석을 통보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최근 이란과의 핵 협상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이날 성명에서 "살만 국왕이 예멘 정전과 관련된 인도적 지원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에서는 살만 국왕 대신 모하마드 빈나예프 왕세자 겸 내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번 GCC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친이란 행보에 불만을 품은 걸프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려 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찬물을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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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친이란 행보에 더해 미국이 걸프국가들과의 방위조약 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이 사우디의 반발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걸프국가들은 그동안 자국이 외부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즉각 군사지원을 하는 내용의 방위조약을 맺자고 압박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의회 비준이 어렵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 대통령 성명으로 협정을 맺자고 했지만 아랍 국가들은 방위조약보다 구속력이 떨어진다며 무용론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살만 국왕의 불참이 미국의 외교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존 앨터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살만 국왕의 불참은 미국에 모욕"이라며 "백악관은 살만 국왕에게 미국 대통령과 함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걸프국가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6월30일로 마감되는 이란과의 핵 협상이 최종 타결에 이르게 된 미국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결정이 다른 GCC 국가 정상의 미국 방문 거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도 이번 회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GCC 6개국 중 지금까지 카타르와 쿠웨이트 두 나라 국왕만 참석을 결정한 상태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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