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펴던 소년은 이미 어른이 됐다.
73세의 숀 코네리가 액션 스타로 분한 `젠틀맨리그`는 기성 세대들이 어린 시절 읽고 자란 모험 소설의 주인공들이 한데 모여 악의 세력과 맞선다는, 다소 기발한 상상에 기반한 작품이다.
때는 1899년. 19세기의 터널을 막 빠져 나오려 인류 앞에 `최첨단` 20세기 무기로 무장한 악당들이 나타난다. 탱크와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이들 앞에 권총으로 맞서는 19세기 경찰은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
이 영화가 주는 첫번째 재미는 바로 이런 시공을 초월한 `역발상`에 있다. 현재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소재들이 대거 과거로 날아가 극적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탈바꿈한 것. 영화는 베니스 운하 안까지 진입하는 `조용한`잠수함 노틸러스호, 최첨단 자동차, 유전자를 이용한 인간복제 시도 등 우리 시대 전반을 골고루 응사한다.
한편 악당 `팬텀`과 맞서는 `젠틀맨리그`에는 모두 7인이 등장한다. 소설 `솔로몬 왕의 보물`에 등장하는 `마스터 헌터` 알란(숀 코너리 분), `해저2만리` 속 선장 네모, SF소설 `할로우 맨`의 주인공 투명인간 로드니,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지킬 등이 그들이다.
또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 모티브를 따온 불사신 도리안, `드라큘라`의 연인인 뱀파이어 미나, `톰 소여의 모험`의 주인공이었던 톰까지 합세한다.
약 1억1,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이고 캐릭터가 주는 즐거움을 더한 영화는 일반 액션물과의 차별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그러나 `숀 코네리`로 대변되는 노년에 대한 지나친 찬사와 `톰 소여의 모험`의 미국인을 장성한 `스파이`로 굳이 삽입한 설정 등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상력` 조차 시초가 아님을 지적해야 한다. 동명의 영국 만화가 `젠틀맨리그`의 원작인 것이다.
<김희원 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