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街)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견고한 경제성장을 감안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또 지역별로는 한국 등 신흥시장이 가장 매력적이며 미국은 성장둔화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어 투자비중을 축소할 것을 조언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프루덴셜파이낸셜이 25일(현지시간) 맨해튼 리츠칼튼호텔에서 개최한 ‘2007년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콘퍼런스에는 미국과 아시아ㆍ유럽ㆍ라틴아메리카 등 지역 대표 애널리스트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존 프라빈 프루덴셜 수석 투자전략가=미국 경제는 확실히 성장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과 일본ㆍ신흥국가와 비교한다면 성장둔화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마의 벽’인 1만3,000선을 깨뜨리며 사상 최고 행진을 하고 있다. 성장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3가지 측면에서 요인을 짚어볼 수 있다. 먼저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근접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미국과 여타 지역간 경제성장이 ‘탈(脫) 동조화’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동력이 미국에서 다른 경제권으로 이전되고 있다. 비록 미국 경제가 성장둔화에 시달리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이며 이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 주식시장에 여전히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순익이 어디에서 창출되는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경우 순익의 35%가 미국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창출되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 둔화로 소비여력이 약화된다고 하더라도 매출과 순익의 30% 이상이 해외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만큼 미국 내수소비 위축을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고, 향후 달러약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미국 기업들의 순익에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내수소비는 약하지만 달러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어 기업들의 순익도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성장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를 찍은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글로벌 증시는 추가 상승할 것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신흥시장의 금융시장 변동성,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지만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경제전망이 더욱 밝아졌다. 미국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유럽연합과의 FTA도 한국경제에 대단히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다. 다만 원화강세와 미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 정보기술(IT) 성장탄력 둔화 등은 한국 경제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창훈 한국 푸르덴셜자산운용 대표=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를 경신하는 강세 장세를 연출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추가상승 여력이 충분하다. 퇴직연금펀드 등 주식시장으로 시중 유동성이 몰려들면서 주식펀드 규모는 51조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투자 비중을 늘렸던 것처럼 지금 한국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대규모 ‘자금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시중금리가 여전히 낮은 것도 주가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며 저금리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잘 억제되고 있고 한국은행도 조만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종료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체질 개선도 뚜렷하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이 확연히 향상됐으며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97년 4%에서 14%로 3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 바닥을 치고 상승 전환할 것이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업들의 순익은 10.7%의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 코스피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로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다. ◇글렌 뱁티스트 프루덴셜 글로벌 투자전략가=글로벌 주식시장 가치는 여전히 투자매력이 높은 만큼 채권보다는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높은 국제유가와 인플레이션 압력, 급격한 금리인상 흐름이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지난 2월의 일시적인 충격을 빨리 극복하고 강세로 돌아선 것은 그만큼 주식가치가 저평가돼 있고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지역적으로는 유럽 주식시장이 가장 매력적이다. 유럽연합(EU)의 경제성장과 기업순익 증가,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 등이 주식시장 강세를 견인하고 있고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단지 경제성장에 따른 1~2차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 주가는 그동안 급등한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이며 앞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더욱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미국 주식시장은 부동산 침체, 국제유가, 지정학적 위기 등 단기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투자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돌기 시작했으며 달러약세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케슬러 오펜하임 이사=앞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유럽경제는 현재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유럽경제가 지난 수년간 처음 경험하는 견고한 성장세다. 제조, 서비스, 주택 등 경제 분야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성장지속에 따라 유럽연합은 올해 한 차례 이상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소비가 살아나고 있고 성장탄력도 개선되고 있어 유럽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5%까지 올릴 가능성도 있다. 달러에 대한 유로 강세도 이어질 것이다. 올해 유로당 달러는 1.30~1.45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 지금은 유럽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