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난장판 민노총 대의원대회

김호정 기자 <사회부>

“너희들은 민주노조 운동의 적이고 배신자야, X새끼들아.” “단상을 점거하고 회의를 방해하는 것은 썩은 정치인보다 못한 짓이다.” 일부 대의원과 참관인이 단상에 뿌린 시너와 소화기 분말로 매캐한 냄새와 연기가 가득 찬 민주노총의 지난 1일 임시 대의원대회장. ‘동지’ 사이라면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이 오가는 가운데 주먹다짐과 발길질이 난무했다. 이날 회의는 지도부가 제안한 사회적 교섭 안건에 대해 2시간반 가량의 토론을 마치고 오후5시20분께 이수호 위원장이 안건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이겠다고 선언한 직후부터 난장판으로 변했다. 일부 대의원과 학생들이 다수 섞인 참관인 50여명이 “앞으로 나갑시다”고 외치며 단상을 점거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한차례 정회 끝에 재개된 대회는 단상점거가 계속된 가운데 2시간 가까이 지루한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졌다.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난동은 이 위원장이 즉시 표결에 들어갈지 여부를 묻는 거수투표를 제안하자 정점으로 치달았다. 흥분한 한 대의원은 페트병에 담긴 시너를 단상에 있는 ‘동지’들을 향해 뿌려댔다. 단상을 점거했던 반대파 일부가 소화기 분말을 뿌려대고 소화전에서 소방호스를 꺼내 물을 살포하자 회의장이 일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 같은 조직적인 방해에도 불구, 바로 표결에 들어가자는 의견이 대의원 399명 가운데 275명으로 69%나 차지했다. 수적으로 절대 불리한 것을 간파한 반대세력은 이 위원장이 찬반투표 돌입을 선언하자 위원장을 자리에서 밀어내고 단상의 집기를 집어던지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등 폭력의 수위를 높였다. 위원장 지지세력과 반대파의 주먹다짐이 이어지면서 정회선언이 나자 반대파 대의원들이 일부 이탈하면서 결국 회의는 정족수 미달로 유회됐다. 민주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온 민주노총의 이번 대회는 소수의 반대파들이 다수의 의견을 폭력을 무기로 무산시키며 최악의 오점을 남겼다. 이날 회의는 ‘소수의 자본가에게 억눌리는 다수의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해 투쟁한다’며 출범한 민주노총이 내분을 극복하지 못하고 추악한 권력다툼에 휘말린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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