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 경제정책 日 닮아가나

저금리에 재정 1,000兆 퍼붓고도 실패<br>5월까지 81兆 투입하고도 효과없어<br>부동산 투기불구 저금리 기조 고수도<br>"정치논리에 휘말려 정책실종"


한국 경제정책 日 닮아가나 저금리에 재정 1,000兆 퍼붓고도 실패5월까지 81兆 투입하고도 효과없어부동산 투기불구 저금리 기조 고수도"정치논리에 휘말려 정책실종" 이종배기자 ljb@sed.co.kr 관련기사 • "들쭉날쭉 정책이 경제 발목" 일본정부는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블 붕괴 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10년 동안 100조엔(1,0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 부었다. 결과는 ‘잃어버린 10년’. 저성장의 그늘에다 재정투자의 후유증까지 이어지면서 일부에서는 ‘잃어버린 14년’이라는 평가까지 내놓는다. 재정과 저금리로 압축된 일본의 경제정책은 이렇게 철저하게 실패했다. 한국의 경제정책은 어떤가. 올 상반기 경제정책을 지켜본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관료들이 일본을 너무나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뿐 아니라 이에 대처하는 정책구사 방법마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쏟아 부은 재정은 81조8,000억원. 지난해 동기보다 14조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재정 조기집행은 이제 경제정책에서 ‘전가의 보도’가 됐다. 조금 있으면 ‘연례행사’인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뒤따른다. 금리정책은 어떤가. 사령탑인 재정경제부는 부동산 투기가 판치는 동안에도 “경제는 살려야 한다”며 한국은행에 저금리를 유지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 결과는 어떤가. 자금은 여전히 금융시장 안에서만 떠다니고 있다.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까지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동안 기업의 엑소더스는 더욱 심해졌다. 일본정부가 잃어버린 10년 동안 자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동남아로 옮기는 것을 넋 놓고 바라보기만 했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정책의 리더십 부재도 일본을 그대로 옮겨놓은 양상이다. 정치논리에 휘말려 경제정책이 실종됐던 10년 전 일본의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대신 시장에서는 "경제부총리가 어디로 갔나"는 자조(自嘲) 섞인 목소리가 너무나도 태연하게 나오고 있다. 경제를 외끌이해왔던 수출은 올 상반기를 계기로 현저하게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30~40%의 성장률은 어느 사이 한자릿수로 바뀌었다. 수출과 내수의 단절고리가 커지면서 지난 5월까지 월 평균 취업자는 22만9,000명에 불과하다. 4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꿈처럼 돼버렸다. 스티븐 마빈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최근 '소비자 침체(Consumer Funk)'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비자들은 경제회복을 이끌 만한 여력이 없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반기 경제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고위관계자는 "3% 성장도 빠듯하다. 고유가 등을 고려해볼 때 하반기 경제 성적표가 상반기보다 좋아질 것으로 단정짓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버블 붕괴 후 일본정부가 취한 경제정책들을 보면 경기부양을 위해 우리 정부가 현재 도입하고 있는 조치와 별 차이가 없다. 91년 버블 붕괴 후 일본정부는 저금리ㆍ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 카드를 꺼냈다. 각종 경기부양책도 쏟아졌다. 버블 붕괴 후 10년간 투여한 재정이 무려 100조엔(1,000조원)에 이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박사는 "금리ㆍ재정 등 거시정책을 통해 경기의 국면을 전환시키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정부가 금리ㆍ재정을 통해 경기를 살려보겠다고 노력하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는 현재 금융ㆍ환율ㆍ재정정책 등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투자 및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나 부동산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기전망도 갈수록 암울하다. 경기가 'U'자형이 아닌 'L'자형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박사는 "U자형을 그릴 것으로 보이나 바닥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L자형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한 고유가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하반기 치명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비는 꾸준히 나아지는 것 같으나 설비와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며 "이런 가운데 고유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일본경제는 2002년 이후 상승세에 있던 GDP 성장률이 다시 하락하는 등 재침체론이 대두되고 있다. 엄뺙?재정을 투여했지만 불황이 완전히 종식됐다고 할 수 없다. 상반기 우리 경제 성적표는 일본과 같은 불황을 겪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주지 못했다. 입력시간 : 2005/06/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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