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 가서 석방 호소하고 싶다"
피랍자 가족모임 밝혀…故 심성민씨 빈소 조문객 줄이어
이성기 기자 sklee@sed.co.kr
탈레반 무장단체에 의해 한국인 납치 사건 발생 2주째인 2일. 협상 진척은 더딘 채 추가 살해, 군사 작전설 등 외신보도로 인한 혼란만 가중되자 피랍자 가족사이에서 '국제 사회에 호소하기 위해 직접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날 오후 피랍자 가족 사무실을 방문한 김호영 외교부 2차관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차성민 피랍자 가족대표는 이와 관련, "외교부가 치안 문제로 아프간 행을 만류하는 것이라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가족으로서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한 뒤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이명박ㆍ박근혜ㆍ권영길 후보 등 각 당 대선 예비 후보들이 분향소를 찾은 데 이어 이날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태호 경남도지사, 아시타 페레라 주한 스리랑카 대사 등 각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 전 의장은 "인질이 미국인이었다면 미국 정부가 탈레반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기계론적인 원칙만 되풀이하겠느냐"며 "카불뿐 아니라 워싱턴도 열쇠를 갖고 있으며 이제는 그 열쇠를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해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을 촉구했다.
또 고(故) 심성민(29)씨가 지난해부터 활동한 샘물교회 '말아톤주간보호센터' 소속 장애인 14명도 이날 심씨의 빈소를 찾아 넋을 기렸다. 이창경(17ㆍ정신지체)군 등 심씨의 제자들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다른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스승의 영정 앞에 흰 국화를 헌화해 보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안면 마비 증세가 있는 일부 장애인들은 힘든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여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편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심씨는 싸늘한 주검이 돼 이날 오후4시45분께 인천국제공항 내 대한항공 화물청사에 도착했다. 화물터미널에는 심씨의 동생 효민(25)씨와 친구, 샘물교회 관계자,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 등이 나와 심씨를 맞았고 다른 유족들은 분당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슬픔을 달랬다.
심씨의 시신은 1시간여가량 진행된 검역 등 통관 절차를 거쳐 화물터미널을 빠져나와 미리 준비된 운구차에 실려 오후6시께 빈소가 마련된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심씨의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12호실에 마련됐으며 유가족들은 가족장으로 3일장을 치른 뒤 4일 오전11시에 발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력시간 : 2007/08/02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