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폭염닷새째 전국이 '짜증''불쾌지수 80, 사소한 시비.다툼급증'
30도를 넘는 폭염이 5일째 계속되면서 전국이 「왕 짜증권」에 접어들면서 곳곳에서 시비가 일고 사무실의 컴퓨터가 이상작동을 하는 등 해프닝이 빈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현장에서는 일찍 시작된 무더위로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차가운 수박과 얼음물을 준비하는 등 직원들의 체력유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5일 광화문의 한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문영민(34)씨는 『지난 2일부터 오후2시만 되면 이상하게 컴퓨터가 오작동을 일으켜 애를 먹고 있다』며 『서비스센터에 알아보니 냉방기가 설치되지 않은 사무실의 기온이 높아 컴퓨터가 열을 받아 이상을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울지역의 불쾌지수가 모두가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인 83을 넘어선 날씨로 곳곳에서 사소한 다툼이 일었다. 회사원 김모(41)씨는 『괜히 짜증을 내 택시기사와 거스름 돈 300원을 가지고 다툰 뒤 출근했다』며 『평소 같으면 그냥 웃어 넘길 일이었는데도 괜히 심술이 났다』고 말했다.
무더위가 직장 풍속도도 바꿔 놓고 있다. 여의도 빌딩가에서 도시락 가게를 경영하고 있는 박모(45)씨는 『무더위가 시작된 이후 매상이 배로 늘었다』며 『점심시간에도 건물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 거리가 한산할 정도』라고 전했다.
직장에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는 사람도 늘었다. S정보통신 최모(26·여)씨는 『무더위가 시작된 뒤로 평소보다 30분 일찍 회사에 도착한다』며 『저녁에도 뜨거운 햇볕이 수그러질 때까지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에서는 더위 식히기 비상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은 2만여명의 현장 근로자들을 위해 작업장 곳곳에 피아노 크기의 제빙기 70여개를 설치해 잘게 쪼갠 얼음조각과 땀수건을 제공하고 있으며 염분 보충을 위해 냉온수기마다 식염포도당정을 비치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현장근로자에게 냉국·수박·화채 등 찬 음식을 계속 공급하고 있으며 휴게시간을 평소 2시간 근무, 10분 휴식에서 15분 휴식으로 늘렸다.
광양제철소는 1일부터 에어컨을 설치한 수면실을 준비해 근로자들이 탈진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편 4일 오후4시께 경북 안동시 용상동 주공아파트 주차장에서는 무더위로 달궈진 밀폐된 승용차 안에서 4세 여아가 질식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사인조사에 나섰다.
승용차 주인 최모(25·안동시 용상동)씨는 이날 정오께 주차장에 문을 잠그지 않고 차를 세워둔 채 볼일을 보고 4시간여만에 돌아와 차문을 열어보니 어린이가 차안에서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SYCHOI@SED.CO.KR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7/0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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