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목요일 아침에/9월 2일] 빚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때

남문현 논설위원 빚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국가에서부터 기업, 가계에 이르기 까지 경제 주체들이 빚더미에 시나브로 짓눌리고 있다. 적정 규모의 부채는 생산과 소비 등 경제행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 위험성은 간과하고 부채를 과도하게 늘려가는 ‘빚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나 국제통화기금(IMF)사태 등을 경험하면서 과도한 빚이 주는 위험과 고통을 뼈저리게 확인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각 경제주체들의 빚이 줄어 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나친 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 가계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부채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6월말 현재 754조9,000억 원이다. 이는 1ㆍ4분기의 기준 잔액보다 무려 15조8,000억원이 는 것이다. 지난 1~3월의 경우는 지난해 4ㆍ4분기 대비 5조4,000억원 느는데 그쳤다. 금융권에 대한 중소기업의 부실채권비율은 지난 상반기 현재 3월말보다 0.85%포인트 증가한 3.04%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규모 역시 지난해말 9조3,000억원 이던 것이 지난 6월말에는 15조8,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신규부실 채권도 지난 2분기중 8조5,000억원으로 대기업의 2.6배에 이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실질 가처분 소득이 가계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는 반면 경기부양 효과를 입은 기업, 특히 대기업은 크게 늘어나는 등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소득 불균형,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국가 부채는 약 360조원. 그러나 국회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잠재부채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미적립부채 등을 포함한 잠재적인 부채가 지난해말 기준 최대 454조원이상으로 실제 국가부채 규모는 800조원을 넘어 국내총생산(GDP)의 76%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1,000조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확대 정책을 대대적으로 벌인데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덕택에 우리 경제는 올해 지난 7월까지 175억5,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실현하고 6%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할 만큼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빚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글로벌 시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서 보듯 사상누각이고 한 순간에 파국을 낳을 수 있는 부메랑이 된다는 점에서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재정 건전성 강화 노력 펼쳐야> 문제는 복지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예산 편성의 확대와 지지부진한 공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국가 부채가 줄어들 가능성이 없는데다 가계와 중소기업 빚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즉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가 대폭 완화됐고 채권은행들이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의 재정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은 위기상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갖는다.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할 때다. 막대한 빚을 한꺼번에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균형 있는 성장을 통해 가계 소득이나 중소기업의 수익을 높이는 한편 채권을 점진적으로 회수하거나 대출조건을 엄격히 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채규모나 그 비율의 증가세를 연착륙 시켜야 한다. 대출규모가 지나치게 많고 부실 채권비율이 높은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 것이 경제주체들이 부채의 유혹에 더 이상 빠지지 않도록 하는 효과적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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