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군부장악 통한 정권세습 첫 수순

北, 김정은 黨군사위 부위원장 선임<br>리영호·김경희등 친위세력 전면 포진…경험 부족 김정은 밀착 보좌<br>당 중앙군사위에 16명 수혈… 후계구도 안정적 토대 확보


북한 3대세습의 주인공인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앉힌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작품으로 '군부 2인자→정권 2인자→정권 세습'을 위한 첫 수순으로 풀이된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를 위해 김정은의 주위에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과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등 친위세력을 전면에 포진함으로써 후계작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정은은 올해 27세(혹은 26세)에 불과한데다 경험과 업적이 빈약해 후계작업 과정에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부 2인자로 급부상=이번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의 고위직 개편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그동안 국방위원회의 부상으로 유명무실했던 당 중앙군사위에 힘이 실리고 후계자 김정은이 군부 2인자 자리인 군사위 부위원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김 위원장 본인이 위원장직을 겸하고 있는 당 중앙군사위의 2인자로 김정은을 지명함으로써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명확히 알림과 동시에 최우선적으로 군 장악에 주력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군부장악을 통한 김정은의 정권승계를 가속화하기 위해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임해 군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을 밀착 보좌하게 했다. 리 총참모장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등 여러 요직을 차지함으로써 '포스트 김정일' 시대 군부의 새로운 실세로 급부상했다. 당 중앙군사위의 위상이 격상되면서 김정은 부위원장을 보필할 위원들의 면면도 대폭 바뀌었다. 이번 당대표자회 직전 중앙군사위에는 김 위원장까지 모두 6명의 위원이 있었는데 이중 3명만 유임하고 16명이 새로 수혈돼 총원이 19명으로 보강됐다. 구체적으로 중앙군사위는 전면에 포진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각 군 사령관 외에도 군수산업의 총괄책임자인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부부장,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화려한 진용을 갖췄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에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가고 그 아래 위원으로 군과 공안 분야 책임자들이 모두 들어감으로써 당 중앙군사위가 사실상 '후계자 기구'가 된 듯한 인상"이라면 "장차 이 기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후계구도의 안정적 토대를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희, 당내 후견인 맡을 듯=노동당에서는 김 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김정은 후견그룹'의 중심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는 김 위원장에 의해 대장의 군사칭호를 받은 데 이어 당 정치국 위원에 선임됨으로써 노동당 내에서 김정은의 후계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김경희의 남편이자 후계 세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성택도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이 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김정은이 124명으로 재편된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일개 위원에 그친 것을 두고 김정은 본인은 일단 군 장악에 전력하고 당은 정치국 위원으로 간 고모 김경희에게 맡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대 후반인 김정은의 나이와 일천한 경력을 감안할 때 원로들이 앉아 있는 정치국 상무위에 자리를 마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대신 중앙군사위를 통해 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길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연령ㆍ경력ㆍ업적 부분의 결함은 권력승계 작업에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음으로써 공개적 행보가 본격화할 경우 안팎의 냉정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29일 "김정은은 이미 후계 공식화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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