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街) 투자은행들이 미국 경제전망에 대해 낙관적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올들어 유가급락에 따른 소비회복이 주택시장 둔화를 상쇄하고, 무역적자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과 분석 기관들은 지난해 2ㆍ4분기와 3ㆍ4분기에 각각 2.6%, 2.0%에 그쳤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ㆍ4분기에는 다시 3%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는 등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 중이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의 에단 해리스 미 경제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ㆍ4분기 미국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2.0%에서 3.3%로 대폭 올렸다. 그는 "지난해 11월 들어 경제가 다소 둔화되는 양상을 나타냈지만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면서 "여러 경제 지표들이 예상을 웃돌았으며, 특히 소비가 강해졌고 무역적자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경제분석 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의 브라이언 배선 분석가도 "소매판매 호조로 실질 성장률이 지난 3ㆍ4분기 2.0%에서 4ㆍ4분기 3.0%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소비를 끌어올려 주택시장 둔화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고, 유가하락과 함께 달러약세로 무역수지도 크게 개선되면서 성장률 증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유가가 배럴 당 10달러 떨어지면 인플레이션 조정 후 GDP 증가율은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7월 배럴 당 77.03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후 현재 30% 가량 떨어진 상태다. 주택시장 둔화가 지속되면서 소비지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유가하락이 이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소매 판매가 11월 0.6% 증가로 돌아서고 12월에는 5개월래 최대 증가율인 0.9%를 나타내 주택경기 둔화에 따른 '역 자산효과'로 소비가 줄 것이라는 전망을 비켜갔다. 또 유가하락과 달러약세 영향으로 11월 무역적자가 582억달러로 16개월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월가 투자 은행들은 소비, 무역수지 등과 함께 최근 들어 기존 및 신축주택 판매 등 주택 지표마저 호조를 보임에 따라 지난해 4ㆍ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수치보다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와코비아 등 일부에서는 최근 지표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일시적인 왜곡현상을 보이고 있어 성장률 상승전환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