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사란 말입니까, 사지 말란 말입니까.”
얼마 전 한 투자자가 기자가 쓴 기사를 보고 투자할 생각이라며 물은 말이다. 60대의 이 투자자는 은퇴 후 얼마간의 자금을 주식에 투자할 마음이었다.
기자는 전문적인 투자상담사도 아닌데다가 남의 돈을 두고 섣불리 조언할 입장도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그 투자자는 해당 기업이 시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는 사실만 알 뿐,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해선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사실 코스닥 담당 기자로서 투자자들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기사가 나간 뒤 ‘기자가 투자 대상업체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는 오해 때문에 상당히 진지한 자세로 투자상담을 요청하는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기사를 보고 투자했다가 낭패 봤다며 주가를 다시 띄울 수 있는 기사를 써내라고 협박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기업정보 및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하는 수준의 책임을 맡고 있는 기자 입장에선 그 이상의 역할 요구를 받기가 참으로 민망하다. 기자가 작성하는 증권 기사는 엄연히 ‘투자 참고용’일 뿐, 투자를 종용하는 순간 이는 ‘월권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자들을 종종 혼란케 하는 책임에서 언론이 자유롭다고 말할 수도 없다. 얼마 전 코스닥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한국모바일인터넷컨소시엄(KMI) 관련주 이슈만 보더라도 몇몇 온라인매체를 중심으로 쏟아낸 억측성 보도가 투자자들의 큰 손실을 부추긴 바 있다. 한때는 지분 그래프까지 그려가며 삼영홀딩스가 KMI의 최대주주가 확실한 듯 주장했던 매체들이 정작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후 곧바로 ‘삼영홀딩스를 잇는 대박주를 찾았다’며 재야고수 광고를 버젓이 인터넷에 올렸을 때 같은 언론인으로써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기자가 뉴스를 전달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관련 기업에 대한 가치를 올바로 판단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단발적인 뉴스 보단 기업 본연의 미래가치라는 믿음 때문이다. 뉴스를 통해 드러난 단편적인 사실이나 전문가들의 보고서 하나만 믿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보단 여러 정보를 종합해 신중히 판단한 뒤 기업가치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더욱 늘었으면 한다.
/ykh22@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