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자동차 부품 글로벌화 "갈 길 머네"

수출 증가율 2%로 5년만에 최저치… 러 등 신흥시장선 두자릿수 감소세

국내 완성차 업계 발주물량 감소·엔저 따른 경쟁력 약화 등 원인

"R&D 가능한 기업에 선택·집중… 여러 부품 묶어 공동진출 필요"

지난해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대일 무역흑자를 기록했지만 부품업계의 글로벌화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차 협력업체들은 고객 다변화에 여전히 상당한 애로점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6일 코트라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부품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2,300만달러의 대일 무역 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의 경쟁력 향상의 결과라기보다는 '반짝 효과'에 가깝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의 자동차 산업 공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일시적으로 국내 부품업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결과라는 것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재해 이후 1년 정도 지난 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부품업체들과 새 계약을 체결한 결과가 2014년부터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일본 부품 대신 독일 부품으로 교체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일 자동차부품 수입량은 2013년 22.8% 줄어든데 이어 지난해에도 2.7% 마이너스를 기록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관련기사



최근 들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수출 실적은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 실제로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차 부품 수출 증가율은 2%에 그치며 최근 5년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와 브라질,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였다. 차 부품업체의 매출 역시 정체되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협동조합에 따르면 1차 협력사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 증가한 75조6,000억원에 머물렀다.

국내 부품 협력사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 완성차업체들은 1차 협력사를 종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여나가는 추세다. 여기에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발주물량 감소와 엔저에 따른 경쟁력 하락, 해외 진출을 위한 인력과 자금의 부족도 협력사들을 움츠러들게 하는 요인이다.

사정은 2차 협력업체들에게는 더 열악하다. 자동차용 고무부품을 만드는 A사의 관계자는 "수년간 매출 정체를 겪은 뒤 코트라 등의 도움을 통해 해외시장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려봤지만 부품 한 세트의 일부분인 고무 부품 하나만 구입하는 것에 바이어들이 난색을 표했다"며 "매년 수출 계약을 갱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주 물량이 줄어들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를 감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자와 기계 등 서로 다른 업종의 협력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개발에 나서는 등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며 "지금처럼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기업에 산발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R&D에 나설 역량과 가능성 있는 기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진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