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과격조직 넘어 테러리스트 국가로" IS의 예행 연습은 이미 시작됐다

시리아 독재정치·이라크 수니파 탄압 등 잦은 전쟁으로 궁핍한 젊은층에 강력 어필

1차 세계대전 이전 이슬람 영역 복원 노려

■ 이슬람 불사조 (로레타 나폴레오니 지음, 글항아리 펴냄)

이슬람국가IS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이집트인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당시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중 한 장면. 이집트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다음날 새벽 리비아 내 IS의 거점을 공습했다. /사진=연합뉴스


잔뜩 흐린 바닷가 모래사장에 사람들이 들어선다. 온몸을 검은 색으로 두른 괴한과 오렌지색 수의를 입은 포로가 모두 21쌍. 대장격인 흰 복면이 콥트교(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종파)에 박해 받는 무슬림 여성을 위한 복수라고 외친 후 일제히 포로를 참수한다. 인근을 온통 피바다로 만드는 이 끔찍한 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 떠 있다.

더 몸서리쳐지는 것은 이 무장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지금도 전세계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 인접한 유럽과 러시아의 무슬림 청년은 물론, 종교나 민족적인 이유와 무관하게 한국·일본의 지원자까지 등장했다.


언론인 출신인 저자 로레타 나폴레오니는 그 이유를 100여년간 지속된 현대 중동사의 연장선상에서 찾는다.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는 첫 연설에서 무슬림들에게 과거의 '권위와 힘과 지위 및 리더십'을 돌려주겠다고 맹세했고, 이 연설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뿌려졌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권위를 이은 이슬람 지도자 칼리프가 다스리던 제국시절로 국경선을 되돌리겠다는 것.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프랑스·러시아 등 서구 열강이 아랍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채 멋대로 분할통치한 '사이크스-피코 협정(1916)'을 뒤집겠다는 선언이다. 시리아의 독재정치, 이라크의 수니파 탄압, 잦은 전쟁으로 어려워진 경제상황 등에 시달려온 젊은 층에는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유럽·미국 등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해외 이민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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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나폴레오니는 수니파 무슬림에게 칼리프제국이 유대인의 이스라엘과 같다고 강조한다. IS는 '과격 테러조직'을 넘어선, 역사·종교·민족·경제 문제가 중층적으로 겹치는 '국가'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IS는 시리아 내전을 틈타 재빨리 유전지역 점령해, 이것만으로 하루 200만 달러의 수입을 확보했다. 나름대로 법과 질서, 세금체계까지 갖추고, 전기·무료급식·예방접종을 제공한다. 인터넷·SNS를 활용해 전세계로 선전전을 펼치고 연간보고서까지 확인될 정도로 '근대 국민국가'의 요건을 채워가고 있다.

그사이 미국 주도의 연합전선은 전면대응을 자제했지만, 지난 연말부터는 인내심을 잃고 있다. 저자는 그렇다고 미국이 유엔을 통해 대규모 지상군 투입에 나서면, 또 한 번 중동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라크전이 그랬듯 '제 발등 찍'는 꼴이 뻔하다는 것. 그리고 최근 10년간 아랍지역에 찾아든 민주화 열풍과 이 가운데 급부상하는 IS, 모두 같은 이유라고 꼬집는다.

그런 저자도 명쾌한 대안에는 이르지 못한다. "교육, 지식 그리고 변화가 빠른 정치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제 3의 길'을 우물거리는 정도다. 그런 그의 최종적 관심은 당연히 하나, 과연 IS가 테러리스트 역사상 최초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다. 이미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 지역을 실효지배하고 있는 IS는 역대 어느 테러조직보다도 가까이 다가서있다. 책 제목 '이슬람 불사조(Islamist Phoenix)'는 500년에 한 번 씩 나타나 스스로 불타서 재가 되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아랍신화 속 불멸의 존재다. 1만3,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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