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010 한국건축문화大賞/사회공공부문 본상] 을지로 119안전센터

세련미 듬뿍… '119 박물관' 온듯 착각 들게해

을지로119안전센터는 기존의 투박한 소방서의 디자인에서 탈피하고 붉은 색 사용을 자제해 주변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을지로119안전센터의 2층 휴게실. 외부로 향한 벽면 전체가 유리로 지어져 긴장의 끈을 놓기 힘든 소방대원들이 잠시나마 여유롭게 쉴수 있도록 배려했다.


설계자 류재은

건축주 박성근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자리잡은 을지로119안전센터. 동대문 디자인파크 옆에 위치한 이 건물은 건물 외형이 색달라 박물관일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1층에 자리잡은 '119'라는 안내 표지판은 "119 박물관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지금껏 일상에서 접하던 소방서라는 공간이 주는 외형과는 사뭇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물 우측 측면에 가지런히 주차된 소방차를 보는 순간 이 건물이 단순이 전시를 목적으로 한 박물관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일반 소방서이지만 외형을 주변 건물과 어우러지게 하면서도 실용성을 가미한 건축물인 것이다. 을지로119안전센터는 높다란 천정에 볼품없는 외관으로 주변 건물과 동떨어진 분위기를 연출하는 기존의 소방서와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한 건축물이다. 기존의 소방서가 다소 위압적이고 소방서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알림 기능이 강했다면 을지로 119안전센터는 오히려 세련돼 지나가는 행인에게 친근한 느낌을 선사한다. 야간에는 2층 외벽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과 소방차 주차장의 환한 실내가 소방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건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내부 배치에서는 소방서의 기능에 충실한 설계가 돋보인다. 소방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차고와 장비창고 등을 1층에 배치한 데 이어 차고가 내려다 보이는 2층에는 상황실과 회의실로 채워 비상 활동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울러 소방대원이 휴식하는 공간도 2층에 마련돼 1층은 촉박함과 싸우는 긴장의 공간이라 한다면 2층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분된다. 결국 외부 벽면이 지나치게 돋보이지 않으면서도 주변과 조화를 이뤘다면 내부 공간은 철저하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설계가 마무리된 것이다.
인터뷰
"소방대원들 자긍심 높아져 큰 보람"
설계자 류재은 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 대표 "소방대원들의 만족감도 높고 주변 소방서에서 견학을 올 정도라고 하니 설계자로서 만족스럽습니다." 류재은 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 대표는 을지로 119안전센터가 2010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수상작으로 선정된 소감을 이 같이 표현했다. 류 대표는 "기존의 소방서를 둘러보니 근무 환경이 열악해 기능적인 측면에 충실한 설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며 "4개월여의 시간 동안 소방대원들에게 보다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외관상으로도 돋보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건축비용은 일반 소방서와 동일한 수준에서 지어졌다. 서울시 자체 규정에 의해 정해진 건축비 내에서 건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을지로119안전센터 역시 이 제약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류 대표는 "소방대원들이 불과 싸워야 하는 업무를 하는 만큼 빨간색을 싫어한다"며 "안전센터 외벽에 빨간색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회색으로 마감해 세련된 느낌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소방대원들의 자긍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을지로 119안전센터 설계의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그는 "대원들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과 치열하게 일을 해야 하는 공간을 엄격히 분리해 대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대원들도 세련된 근무지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들의 업무에 자긍심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소방대원들이 평소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어 한국에서는 소방대원이라는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 아닌 기피 직종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소방대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인기도 높아졌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축 조형적 아름다움 배어있는 작품"
건축주 박성근 서울시 문화시설사업단장 "앞으로 서울시에 새로이 짓는 소방서는 을지로 119안전센터와 같이 기능과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리도록 지을 계획입니다." 을지로 119안전센터 건축주인 서울시의 박성근 문화시설사업단장은 "소방서의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면서도 건축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베여 있는 작품"이라며 "이번 결과물에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서울시가 짓게 되는 소방서는 조형적인 미와 기능적인 실용성을 가미해 지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을지로119안전센터가 파격적인 시도를 한 배경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때문이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상황에서 소방서를 지어야 하는 마당에 기존의 소방서 패턴을 반복할 경우 흉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이 작업은 시작됐다. 결국 경쟁입찰을 통해서 설계를 발주했고 만족할만한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박 단장의 설명이다. 박 단장은 "과거의 관료적인 설계 형태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도를 감행한 것"이라고 회상한 뒤 "실험에 가까운 시도가 성공한 만큼 서울시의 소방서 리모델링과 신축 등에 미적 아름다움을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