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가비상

물가가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올들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한 경제는 전반적인 불황 속에 물가만 가파르게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현상을 보이면서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실물부문을 보더라도 확연히 나타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의 소비자 물가는 전달 대비, 1.2%나 올라 월간 물가상승률로는 2000년 9월(1.3%)이래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 1ㆍ4분기 중(1~3월) 물가상승률은 2.4%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1%나 뛰었다. 정부의 금년도 물가관리 목표가 3%대임을 감안한다면 이미 달성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월중 물가가 이렇게 껑충 뛴 것은 유가상승 속에 농수산물 값과 공공 및 개인서비스 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래 최악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1ㆍ4분기 소비자 동향조사지수(CSI)를 보면 6개월후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전망 CSI는 90으로 4분기 연속 하락했다. 2001년 3ㆍ4분기의 71 이후 최저 치다. CSI가 기준치인 100미만이면 장래 경기를 비관적으로, 100을 넘으면 낙관하는 가구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들은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어 불황의 골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자 이 달 중 올 경제전망치를 전면 수정키로 했다. 이라크 전쟁이 장기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유가에 연계된 물가가 위험수준에 육박한 탓이다. 하향 조정되는 경제지표는 경제성장률이 당초의 5.7%에서 4%대 후반으로 낮춰지고 경상수지는 20~30억달러 선에서 균형 또는 소폭 적자로, 물가상승률은 3.4%에서 4%대 초반으로 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거시정책의 탄력적 운용ㆍ유가 급등시 적기 대응ㆍ농수산물 수급 안정ㆍ부동산시장 안정ㆍ공공요금 안정관리 등 분야별 방안을 확정, 시행해 나갈 방침이다. 걸림돌은 예전과 달리 물가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이라크 전쟁의 조기 종결을 기대한다는 것이 사실상의 골자인 셈이다. 그러나 대외적인 변수만 탓할 게 못 된다. 우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출범 한 달이 넘었는데도 오락 가락, 기업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혼선을 자아내게 한다. 예를 들어 각 부처마다 내놓는 정책마다 일관성이 없는 데다 경제부처는 아직도 주요보직의 인사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채 술렁이고 있다. 물가는 제 때에 잡지 못하면 봇물 터지듯 겉잡을 수가 없다. 과거에 익히 경험한 바다. 정부는 지금이 위기임을 인식, 안이한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들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남문현기자, 안의식기자 moon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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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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