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직장과 직업


취업시즌이다. 치열한 입시를 뚫고 들어간 대학을 졸업하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나서야 하는 때다. 그러나 만만치 않다.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ㆍ삼수를 선택했던 것처럼 원하는 일자리를 위해 휴학과 취업 재수가 필수가 된 상황이다.

얼마 전 모 대기업이 5,000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데 지원자가 1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취업 대상자가 49만명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숫자다. 또 상반기 지원자 8만명과 인턴을 포함하면 한 해에 20만명가량이 그 회사에 입사지원을 했다. 뒤집어보면 그 회사가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좋은 직장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좋은 직장은 절대적일 수 없다. 사람에 따라, 직종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대기업이 기자가 되려는 사람 또는 훌륭한 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아니면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하고픈 사람에게도 최고의 직장일 수는 없다고 본다. 또 1980년도 졸업생들에게는 지금 만큼의 인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과 직업을 놓고 고민 중인 후배들에게 하고픈 얘기가 있다. '좋은 직장'과 '내가 하고 싶은 일(직업)'사이에서 고민한다면 과감하게 하고 싶은 일을 택하라는 것이다. 설령 지금은 규모가 큰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살아가면서 직장의 부침에서 얻는 것보다 직업의 부침에서 단련되는 것이 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배가시켜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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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영상사업단에서 일할 때였다. 1998년 삼성 영상사업단은 IMF 외환위기로 문을 닫게 됐다. 당시 방송본부 내 Q채널 사업팀에 "삼성에 남겠느냐 아니면 방송사업을 따라 중앙일보로 가겠느냐"는 선택이 주어졌다. 구성원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본인이 선택한 업을 따라 중앙일보로 가서 Q채널을 근간으로 한 중앙방송을 세웠다. 세월이 지난 지금, 구성원 중 대다수가 우리나라 미디어 콘텐츠 업계의 중추적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직장과 직업은 의미가 크다. 노동을 제공하고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경제적 재화를 대가로 받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을 통한 만족감은 개인의 인생을 보다 의미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쟁력이 되고 이는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평소 동료들에게 그리고 취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필자가 들려주는 말이 있다.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ㆍ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논어, 옹야편)

인기 있는 대기업이든,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기업이든 중요하지 않다. 내가 선택한 일이, 선택할 일이 좋아하고 나아가 즐길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한 달에 몇 번이 될지는 모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월요일 일터로 출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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