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긴급제언] 정부개편 발상전환을

池萬元(시스템발전연구소장)이번 정부조직 개편시안은 1년전의 것보다는 참신해 보이지만 발상의 전환과 노하우가 안보인다. 논리가 약하기 때문에 130여명의 전문가들이 동원됐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해도 시안을 방어해내기가 어려워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조직개념이 현재의 「기능조직」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능조직」이란 1940년대에 태어난 조직으로 선진국에서는 박물관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기능조직이란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을 한 코너에 모아놓은 조직이다. 회계과는 회계인들만 모아놓은 곳이다. 하나의 과제가 수행되려면 수많은 기능조직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을 통할하기 위해 피라미드식 직위와 관료주의가 형성됐고, 도장값 문화도 형성됐다. 요사이 유행되는 조직은 핵심역량(CORE COMPETANCE) 조직이다. 이해를 돕기위해 필자는 이를 「맥가이버 조직」이라고 표현해왔다. 하나의 팀속에 여러 종류의 능력자가 포함돼 있고, 한 사람의 능력이 여러 가지여서 그야말로 맥가이버팀이다. 이팀에서는 첫째, 공무원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해야 하고, 둘째, 결제선을 없애야 하고, 셋째, 토의를 통해 일을 하고, 넷째, 여러 팀들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담당관제 하에서는 행정의 질이 떨어지고 부정이 속출하지만 토의제 하에서는 시너지가 나오고 팀원 전체가 감시자가 된다. 이 이론을 부처단위 조직개편 작업에 적용해 보자. 우선 정부조직을 두 개의 집단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정책부처」들이고 다른하나는 「인프라부처」들이다. 정책부처는 재경부, 농림부 등과 같이 대통령과 정치성 장관들이 이끄는 사령탑 성격의 부처이고, 인프라부처는 전문가가 이끄는 테크노 성격의 부처다. 정책부처는 정치인들의 직접적인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지만 인프라부처는 그런 영향력이 덜 미치는 곳이다. 정책부처의 핵심역량은 분석능력이다. 분석능력을 갖추려면 소수의 유능한 행정가들과 다수의 민간 두뇌집단과의 콤비플레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민간 두뇌집단이 많으면 정치가들의 밀어붙이가 엄청난 저항을 받게 된다. 현재 부각되고 있는 쟁점은 엉뚱하게도 정책부처와 예산부처를 일원화해야 하느냐 마느냐에 국한돼 있다. 『세입과 세출이 따로 놀아서야 되겠는가』『예산권 없는 정책 조정기능이 가능한가』등의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건, 조직이론이 부족한 데 기인한다. 정책부처가 철학부처라면 인프라부처는 시스템부처다. 예산부처는 인프라부처다. 철학부처를 시스템부처 밑에 두면 시스템이 파괴되고 자라지 못한다. 인사권, 예산권 등을 가지고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핵심역량 조직은 탄생되지 않는다. 훌륭한 리더는 권한이 없어도 일을 한다. 인프라부처는 대개 5개로 꼽힌다. 예산부, 사업관리부, 회계부, 감사원, 사고안전부 등이다. 사업관리부는 정부가 수행하는 모든 공사와 연구개발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테크노 집단이다. 전문능력이 없는 일반직 장관들과 공무원들에게 사업관리를 맡겼기 때문에 정부사업이 제대로 될리 없었고, 장관들과 고급공무원들이 가장 우선시돼야 할 정책개발, 대국민 서비스는 도외시하고 잿밥에만 눈독을 들여왔다. 이제 정책부서는 사업에 대한 소요만 제기해야 한다. 율곡사업의 경우에도 군은 소요만 제기하고, 사업집행은 사업관리부에서 맡아야 한다. 더 단순한 구매업무도 조달청에서 도맡아 하지 않는가? 800명의 감사원 인력으로 구석구석에서 집행하는 사업들을 제대로 감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 개의 전문 부처에서 모든 사업을 관리하면 감사와 감시가 용이해진다. 정부회계는 엉터리가 많다. 그래서 믿을 만한 통계가 없다. 각부처에서는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양식에 따라 단말기에 입력만 시키고 회계자료는 「회계부」에서 생산하여 거꾸로 각 부처에 배부해야 한다. 거래발생 실시간에 회계자료가 「회계부처」에 입력되면 부처의 기록 조작이 불가능해진다. 현재 감사원은 법관출신들로 채워진 「공무원 취조기관」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경영진단 인력으로 점차 바꿔져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등 각종 안전기관들이 우후죽순 처럼 늘어서 있다. 정부부처에도 사고전담팀들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들은 사고가 나면 서로 미루기에 바빴다. 사고의 예방과 처리를 시스템화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비상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통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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