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허송'에 증시 멍든다종합주가지수가 1년 수준으로 회귀하고 거래소상장종목중 190개 이상의 주가가 IMF때보다 떨어지는등 증시가 크게 멍들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핵심종목들을 제외할 경우 개인들의 체감지수는 600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미국 증시 하락 등 외적인 요인도 있지만, 대우 연계콜문제, 투신부실화, 수급악화 등의 악재가 해결되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누적되었기 때문인 측면이 강하다. 정부와 업계가 여론 눈치보기와 명분쌓기에만 급급한 사이에 증시는 계속 멍들어온 것이다.
3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IMF이후 종합주가지수가 280.00포인트를 기록한 지난 98년6월16일의 종가보다 지난 2일 현재 주가가 낮은 종목들이 무려 191개 종목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상장종목의 20.6%에 달한다.
이중에는 대우그룹주를 제외하고 삼성중공업, 현대상선, LG화재, 현대자동차, 현대전자, 한진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등 주요 대기업들의 계열사들도 많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대유리젠트증권의 김경신(金鏡信)이사는 『현재 지수대는 지난해 4월의 주가수준인데 삼성전자등 그동안 주가가 급등한 핵심우량종목을 제외하면 개인들의 체감지수는 600선 내외에 불과하다』면서 『IMF때 주가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이 190개가 넘은 것을 보면 체감지수는 더욱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난 98년6월16일의 지수 280선은 한국경제가 IMF로 인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혼미상태에 빠진데 따른 것이지만 현재 국내 경제는 지난해 10%의 성장률에 이어 올해에도 8%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주가수준은 과매도된 상태라는게 증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증시침체가 미국 증시 하락조정 및 수급불안 때문이지만 증시 과매도는 원초적으로 정부가 투신권 구조조정등 국내 악재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투신권의 구조조정과 현대투신 부실, 대우증권 연계콜을 포함한 대우그룹문제 해결 등에 사실상 손을 놓았던 게 사실이다. 총선 등 정치정 일정 이외에 책임회피성 복지부동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투신권등의 구조조정은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는 「염치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데 공적자금 투입을 위한 명분얻기의 시간을 허비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이중의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더많은 혈세를 내야 할 판이고 증시가 망가지면서 재산상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또 투신권과 현대그룹등 이해 당사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도 문제이다. 지난 1월 1차 공적자금을 투입받았던 한국투신 및 대한투신은 별다른 죄책감 없이 또다시 손을 벌리고 있다.
현대그룹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현대그룹이 증권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금액이 무려 12조원이 넘는다. 투자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막대한 자금을 끌어썼다면 증시안정을 위해서도 대주주들이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또 상장기업들도 증시침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난해 상장기업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33조원 이상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이 자금으로 연구개발, 시설투자등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쓰기 보다는 재테크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종합적 계획을 갖고 정면돌파하는 자세를 보여야 증시가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대우 연계콜, 투신지원 및 자구노력, 2차 금융구조조정 등에 대한 청사진과 실행계획을 보다 적극적이고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야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자금시장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이정배기자LJBS@SED.CO.KR
입력시간 2000/05/03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