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배운지 10년이 흘렀다. 이웃나라 말이 가진 매력, 재미 등을 여러 각도로 비추며 일본인, 특히 젊은이들에게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호기심과 의욕이 생기도록 유혹의 서(書)를 쓰고 싶었다" 이바라키 노리코는 전후 일본인들의 상실감을 담은 시'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명성을 얻은 일본 시인으로 전후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여류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책은 2006년 작고한 저자가 생전에 한글을 소재로 아사히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것으로 일본에서 1986년 출간된 뒤 꾸준히 판매돼온 스테디셀러다. 국내에서는 14년이 지나 발간되는 셈이다. 당시 일본에서 변방 취급을 받던 한글을 배우고 한국문학의 번역에도 힘을 쏟은 지한파(知韓派)로도 유명한 그는 1990년 '한국 현대시선'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명시들을 일본에서 출간해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았다.'장 폴 사르트르에게'와 '칠석' 등 한국을 소재로 쓴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인은 책에서 한글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느꼈던 한글의 매력과 한국,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해 말한다. '왜 하필 한국어를 배우냐'는 질문을 받으며 한글을 배운 그가 깊은 안목과 감성적인 문장으로 풀어낸 한글, 한국의 모습을 담았다. 저자는 남편과의 사별을 계기로 슬픔을 잊고자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배경을 소개하며 한국어만큼 울림이 낭랑하고 아름다운 언어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선이냐, 한국이냐'라는 나라 명칭에 대한 문제에 대해 그는 "아주 오래 전인 고조선 시대부터 써오던 '아침(朝), 고운(鮮)'이라는 아름다운 나라 이름이 이렇게도 까다롭고 복잡하게 돼 버렸다"면서 "그 큰 책임이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 시대와 깊은 관계가 있다"며 역사적 잘못을 반성하기도 한다. 한글날과 관련해 "한국인들을 볼 때마다 더 이상 용해될 수 없는 굳고 맑은 결정처럼 단단하고 굳센 사람들이라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모국어를 향한 마음은 그 중심적인 핵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을 전한다. 시인은 후기에서 "이웃 나라 말을 하는 사람이 너무 적고, 그래서 교류 같은 것은 말해도 소용없다는 기분마저 든다"고 안타까워하며 일본 젊은이들에게 한국어에 대한 호기심과 의욕이 생기도록 유혹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어에 대한 일본 여류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