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이 버려진 백화점 쇼핑백으로 환불받은 환경부담금을 모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
서울 강남 미도아파트에 사는 이미경(42ㆍ여)씨는 지난해 7월 아파트 단지를 거닐다 폐지 더미에 백화점 쇼핑백이 많이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씨는 "큰 돈은 안되더라도 백화점에 가져가면 환경부담금 100원을 받을 수 있으니 뭔가 좋은 일에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쇼핑백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상생활에 젖어들다 보니 남이 더 가진 것만 부러워하고 좋은 것, 예쁜 것으로 치장하며 살아왔고 어쩔 수 없이 소비 향락적이 돼 가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내가족, 내 주변 사람만 생각했던 거죠"
처음엔 폐지 더미를 뒤지다 행여나 아는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주위를 두리번거린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힘들여 정리해 놓은 것을 뒤진다고 경비원들이 화를 낼 때는 더욱 의욕이 꺾였다.
이씨는 음료수를 사들고 경비원을 찾아 다니며 폐지 모으기에 동참해 달라는 뜻을 전했고 이씨의 끈질긴 설득으로 지금은 경비원 10여명이 이씨를 돕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폐지 수거함이 30군데나 있는 데다 여름에는 장맛비에 젖고 가을에는 바람에 날리는 통에 쇼핑백을 모으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쇼핑백을 백화점별로 분류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한 백화점에서도 여러 층을 옮겨 다니며 환불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작년 7월부터 이렇게 한푼 두푼 모은 돈은 어느새 60만원이 됐다. 폐지 수거함을 뒤져 쇼핑백 6천 개를 모았으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발품을 팔아 백화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100원씩의 환경부담금을 환불받은 것이다.
이씨는 거액은 아니지만 자신과 경비원 아저씨들의 땀이 배인 60만원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자는 생각에 최근 사랑의전화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이씨는 "많이 가질수록 소비 수준을 높일 게 아니라 기부 수준을 높이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폐지 모으기에 동참해 준 경비원 아저씨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