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와 관련해 찬반 논란이 뜨겁다. 계속운전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5일 전체회의에서 장시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월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노후 압력관 교체 안전성 크게 향상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수명연장으로 발생했다고 이해하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들이 33~40년간 운전돼 상대적으로 낡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과 부지 높이보다 훨씬 높게 들이닥친 쓰나미였다. 과거에 중대사고가 발생했던 미국의 TMI 2호기는 상업운전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고 체르노빌 4호기는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원전이었다.
낡은 원전이라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주장 역시 기술적으로 검토해보면 내용이 달라진다. 월성 1호기는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압력관을 모두 교체했기 때문에 재료 노화와 관련해 문제될 것이 없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 후속조치로 이동형 발전설비, 별도의 안전주입유로, 피동형 수소제거장치, 격납건물 여과배기장치 등을 포함한 대응설비가 크게 강화돼 가동 중단 전보다 안전성은 오히려 크게 향상됐다고 판단된다.
설계수명에 대해서도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원전의 최초 운영허가 기간을 40년으로 제한하고 20년 단위로 연장을 승인한다. 반면 대부분의 국가는 명확한 인허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안전성을 확인해 계속운전을 허용한다. 설계수명은 운영허가 기간과 조금 다른 의미로 원전설비들을 설계하면서 안전요건 만족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기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수로와 고리 1호기는 30년, 다른 가동원전들은 40년, 현재 건설완료 단계인 신고리 3, 4호기부터는 60년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설계수명은 처음 건설될 당시 안전요건 충족 여부를 구체적으로 평가해 확인한 기간일 뿐이다. 따라서 반드시 안전성이 보장되는 기간이라 할 수도 없고 그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안전성에 문제가 된다고 할 수도 없다. 원전의 안전성은 진보되는 기술에 따라 주기적으로 재평가·확인돼야 한다.
계속운전의 경제성에 대해 한수원에서는 계속운전을 해도 손해고 하지 않아도 손해라는 이야기가 있다. 궁극적으로 원전의 폐로 비용을 포함해 논의하기 때문인데 이는 그동안의 운전에 따라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라 계속운전과는 사실상 무관하고 이미 원자력발전단가와 사후처리적립금에 포함된 부분이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는 계속운전을 하지 않을 경우 이를 대신해야 하는 가스발전 비용과 비교해야 하며 이는 수조원의 국민 부담으로 연결된다.
우려 귀 기울이되 기술적 검토 중요
결론적으로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에 대한 결정은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냉정한 기술적 판단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추진과정과 월성 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수행 및 검증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보완해 더욱 신뢰성 있고 안정적인 가동원전 안전성 확보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특히 계속운전 신청기간은 충분한 심사와 이에 따른 안전성 개선이 가능하도록 설계수명 만료 5~10년 전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