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무리한 재산세 개혁

오현환 사회부 차장 hhoh@sed.co.kr

“주민들의 항의 전화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1~2분 설명하면 끝났는데 요즘에는 10분은 족히 해야 끊습니다.” 양천구 등 재산세 소급부과 파동을 겪고 있는 일선 공무원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쏟아지는 민원 전화를 받는 일도 힘들지만 소급안이 최종 결정될 경우 환불하는 일이 더 걱정이다. 일일이 환불액을 계산해 지급하는 것은 재산세를 새로 부과하는 일보다 더 힘들고 덤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선 공무원의 혼선이 크지만 세금을 내야 하는 주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불황이 가중되면서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재산세 마저 예년보다 무려 3~5배나 늘어난 고지서를 받아보면 흥분하지 않을 사람들은 거의 없다. ‘부자 동네는 과표 교체로 오른 세금을 30%나 줄였는데 나는 왜 다 내야 하느냐’는 항변이 구청마다, 시ㆍ군마다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형평’이라는 명분으로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과세표준을 면적기준에서 국세청 기준시가로 바꾼 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드물다. 장차 재산세ㆍ종합토지세 등의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정책 방향에도 맞고 부동산에 대해 누진 과세하고자 하는 종합부동산세의 도입 추진 취지와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조세저항과 혼선, 공무원들의 힘을 소진시킨 데는 무엇보다 무리한 정책 결정과 집행 드라이브에 있다. 행정자치부는 ‘형평’이라는 점을 내세워 국세청 기준시가의 가산율을 낮추자는 서울시의 건의를 묵살했을 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가 가능한 재산세를 낮추지 않도록 유도하기까지 했다. 일선 구청들도 주민들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집착, 세율을 낮추거나 혹은 낮추지 않다가 뒤늦게 소급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단계적으로 시행되지 못해 되레 수십배의 비용을 감당했던 정책집행 사례는 하나 둘이 아니다. 의료보험 개혁, 서울시의 버스체계 개편이 그랬고 재산세 파동도 마찬가지였다. 개혁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러나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반발만 불러 오히려 퇴보시킨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지방세 강화 등 적지 않은 개혁 과제에서 정책 결정자들이 또 다시 이번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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