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암초…경제운용 '빨간불'고유가·원高…하반기 국내경제 파장
하반기 이후 경제운용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연착륙을 낙관하면서 각종 거시지표의 호조만을 연이어 되뇌이고 있지만 고유가, 원화절상, 신용경색 지속, 임금인상, 내수둔화 등 곳곳이 암초이다.
수출이 주도하고 있는 최근의 경제성장 역시 고유가, 원화절상, 미국 경기 둔화 움직임 등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유가, 원화강세 등 곳곳이 암초
국제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석유의 세계적 공급부족으로 인해 당분간 배럴당 30달러대의 고유가시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석유 수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안정을 위해 생산량을 대폭 늘리라는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요구에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 압력·무역수지 악화등 악재 수두룩
정부선 "불안요인 불구 안정대책" 낙관론만
석유 전문가들은 현재의 석유 수급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 겨울 배럴당 40달러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배럴당 50달러선 돌파도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고유가로 인해 국내 인플레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 물가 0.1%, 생산자 물가 0.3%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현재 유가 수준이 지난해보다 배럴당 10달러 이상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소비자 물가가 벌써 1% 이상 올랐다는 얘기다. 또 배럴당 1달러의 유가상승은 연간 무역흑자를 8억6,000만달러나 감소시킨다는 분석도 나와 있어 정부의 무역흑자 기조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는 우리의 무역수지 전망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수출단가와 수입단가의 비율인 교역조건은 올 상반기 73.0으로 지난해에 비해 14.2%나 악화됐다. 이는 수출단가가 올 상반기·지난해에 비해 3.7% 오르는 데 그쳤으나 수입단가는 국제원유가의 상승으로 20.6%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상반기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은 고유가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원화강세 기조도 지속되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현재 1,104원 수준인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들어 최고 1,050원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이 물가·금리상승 억제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수출에는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수출이 이끌고 있는 현재의 성장국면에 암초로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적으로는 물가상승 압박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영향으로 6월 이후 상승국면에 진입한 물가는 8월에 전월 대비 0.8% 상승한 데 이어 9월에도 고유가, 의보수가 인상, 공공요금 인상, 추석 등 계절적 요인 등으로 크게 오를 전망이다.
소비자 물가는 2·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에 그쳤으나 7월에는 2.9%, 8월에는 2.7%로 급등했다.
임금도 불안요인이다. 올 상반기 임금 상승률은 8.8%로 지난해 평균 임금인상률 12.1%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지만 하반기 이후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폭탄이 기다리고 있어 노동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낙관하는 정부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우리 경제에 일부 불안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환위기 이후의 급격한 경기상승국면에서 안정국면으로 진입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
진념(陳稔) 재정경제부 장관은 고유가 지속, 대미 통상마찰과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 구조조정에 따른 기업과 금융기관의 불확실성 증대, 소득격차 등 불안요인이 잠재돼 있지만 우리 경제는 하반기 이후 잠재성장률 수준인 6%의 안정성장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내수둔화가 사실이지만 수출과 설비투자가 이끄는 경기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망
결국 당장은 고유가의 지속 여부가 하반기 이후 경제운용에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으면서 에너지 다소비국가인 우리에게 있어 국제유가 상승은 그대로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무역흑자 축소로 나타난다.
여기에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신용경색이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는 연말이나 내년 초 제2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실물경제 동향에서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가 실물경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므로 구조개혁의 현안을 조속히 완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김호정기자GADGETY@SED.CO.KR
입력시간 2000/09/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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