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가폭락, 원자재시장의 금융화 탓"

BIS "석유도 투기상품처럼 거래"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유가 폭락과 관련해 수급불균형 외에 원자재가 과도하게 금융상품처럼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B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6월 이후 국제유가가 50%가량 폭락한 것을 수급변화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며 "석유도 다른 금융상품과 마찬가지로 선물시장 흐름에 가격이 크게 영향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큰손 투자자와 대형은행·헤지펀드의 원자재 시장에 대한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BIS의 지적은 '원자재시장의 금융화' 논란을 가열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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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는 지난 1996년과 2008년의 국제유가 급락은 각각 수요급감과 생산과잉이 원인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유가 폭락세와 상당한 수준의 하루 가격변동폭을 보면 석유도 이제 다른 금융자산처럼 시장 전망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주 국제유가는 미국의 시추시설 급감, 원유재고 급증 등 호재와 악재가 엇갈리면서 하루에만도 9% 등락을 거듭했다.

더구나 전산화에 따른 금융상품화가 가속화하면서 석유는 일종의 투기상품처럼 거래되는 실정이다. 원유중개회사 PVM에 따르면 원유거래 전산화가 시작된 2005년에는 하루 선물 거래량이 글로벌 수요의 3.4배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17배, 올해 초에는 20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또 석유업체의 차입급증도 유가 하락에 한몫을 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 셰일기업들은 주로 고수익률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며 "이들이 최근 유가 하락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원유를 서둘러 처분하면서 유가 하락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은행권이 등을 돌림에 따라 석유업계는 유가변동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BIS는 은행권이 원유시장의 변동성과 일부 석유업체들의 열악한 재무상황 때문에 헤징 상품 판매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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