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모금의 등록제 전환은 기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시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긍정적인 면과 기부문화를 혼탁하게 할 수 있는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는 모금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젠 누구나 등록만 하면 되고 최고 15%까지 비용이 인정됨에 따라 소위 ‘모금꾼’이 난립할 우려가 있어 기부문화 정착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사회는 기부금을 강요에 의해서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벌조차 정부의 눈치를 보며 기부를 하는 실정이다. 손 비틀어 기부를 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모금제도의 변경으로 그렇지 않아도 준조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정보공개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등 비리제동 장치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모금 후의 일이다.
자발적인 기부는 국가의 영역이 잘 미치지 않는 사회의 아픈 곳도 어루만져 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이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선 기부는 생활의 하나로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기부문화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교육을 한다. 우리는 기부금의 80%를 법인이 내지만 선진국은 개인의 기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기부문화 정착은 법 제도 보다 국민의식의 확대가 동반돼야 가능하다.
최근 기부문화가 자리잡아 가고 있는 추세지만 정착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이는 상속을 중시하는 문화와도 관계가 있지만 모금단체 등에 대한 불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의식 변화와 함께 비영리단체의 투명성 제고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기부문화 활성화가 정부가 주창하는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이는 기부금의 사용과 처리가 투명할 때 가능하다. 10억원을 모금하는 경우 1억5,000만원이 경비로 처리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앞으로 부작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등록제로 전환한 기부금 모금제도가 성공하려면 국민의식 변화 교육과 함께 기부금 사용과 처리에 대한 사후관리를 얼마나 엄격히 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