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21일] 맨유서 만난 박지성과 이청용

자동차로 5시간이나 걸렸다. 런던에서 박지성이 있는 맨체스터까지. 7만5천명의 관중이 꽉 찬 맨유 구장은 붉은악마를 연상하게 할 만큼 빨간색 범벅이었다. 뿔피리ㆍ나팔소리ㆍ환성이 어우러져 고막이 아플 정도다. 앞에 앉은 머리를 빡빡 깎은 '스킨헤드족' 한 명이 "너 서울에서 왔지?"라며 묻는다. 서울서 온 것을 어떻게 아냐고 되묻자, 여기 오는 아시아 사람은 100% 박지성의 친구인 한국사람이란다. 놀랄 일이다. 박지성 때문에 생면부지의 영국 사람들에게 이런 인사를 받다니. 그 친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FC)를 위해 뛰고 있는 박지성에게 정말 고마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더욱 축복할 만한 것은, 맨유 구장에서 또 한 명의 박지성을 발견한 것이다. 상대편인 볼튼(Bolton Wonderers FC) 응원단에서 흔들어대는 태극기를 보고 또 한 명의 젊은 영웅이 탄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청용, 볼튼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21살의 이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많은 영국인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또 최근 그를 위한 응원가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상대편인 맨유에서 발행하는 잡지에서도 이청용을 '한국인의 도전'이라는 제목 하에 훌륭한 선수로 급성장할 것이라 평가했다. 또 최근 볼튼이 승리한 3경기 중 2경기를 이청용의 활약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더 기특한 것은 21살 한국 젊은이의 겸손함이었다. 그는 박지성에 대해 묻자 "맨유의 박지성과 나를 비교하지 말라. 그는 위대한 선수이며 한국 최고의 스타다. 맨유에서 그가 이룩한 업적은 온 아시아인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는 내가 소속한 한국대표팀의 주장으로 나의 정신적 지주"라며 높게 평가했다. 정글 같은 약육강식의 엄청난 프로 세계. 선배를 존경하며 한없이 겸손한 그를 보며 '이 친구도 해내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 박지성에 이어 세계인이 흔들어대는 태극기를 또 한번 볼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두 젊은이여.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조금도 흔들리지 말라. 그대들이 우리의 희망이고 축복이고 등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