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영국 노동개혁 같은 추진 의지 아쉽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지난 5월 총선에서 압승하며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집권 2기에 접어들면서 노동시장 개혁의 칼날을 빼 들었다. 그와 집권 보수당이 추진하는 새로운 노동조합법안에 의하면 공공 분야 노조가 파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절반 이상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며 전체 조합원의 4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또 노조가 파업을 하려면 파업 2주 전 사측에 통보해야 하고 사측은 합법적 파업에 대해서도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마거릿 대처가 집권한 1979년부터 1988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노사 관련법을 통째로 수정한 이후 30년 만에 가장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 법안이다.

韓 사회적 합의로 노사관계 해결 어려워


노동공급을 독점하고 있던 과거 영국의 노동조합은 물가안정이나 고용확대 같은 정부 정책보다 임금인상을 항상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관련기사



이런 상황에서 대처 총리는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만 사원이 될 수 있는 클로즈드숍 제도를 폐지했고 노사분쟁의 제3자가 시위에 참여하는 동정(同情)파업도 불법화했다. 그의 노동개혁이 경제 활성화라는 결과로 돌아왔기 때문에 보수당의 존 메이저 총리,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노동시장 개혁을 끊임없이 추진했지만 미진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드디어 영국 노동시장 개혁의 화룡점정을 캐머런 총리가 이루려는 찰나다.

영국의 사례를 보면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이 엿보인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근로자의 실력행사를 인정하는 것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과도한 보호로 노조가 세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해외에서는 종종 등장하지만 피켓을 들고 사업장 주변을 돌며 구호를 외치는 파업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 파업 대부분이 점거파업이기 때문이다.

생산시설을 점거하는 것은 노조법에 의해 불법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장 앞을 점거해 생산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를 사용할 수도 없고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도 없다. 이처럼 쟁의행위만 보더라도 노사 간 힘의 균형이 깨진 상황이다. 그렇기에 사회통념상 수용하기 어려운 집단이기주의적 파업이나 정치적파업에 대해 기업과 정부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노사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찾는 게 시급하다.

정부 주도 개혁으로 장밋빛 미래 그릴 때

또 중요한 점으로 노동시장 개혁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통해 노동시장을 개혁한 대처 영국 총리, 그리고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캐머런 총리의 교훈을 통해 우리 정부도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우리처럼 노사관계의 역사가 짧고 적대적인 나라에서는 사회적 합의주의가 작동하기 어렵다. 김대중 정부 때 도입한 노사정위원회가 획기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실업자라는 체감실업률 지표를 보면 이제 노동시장 개혁에 주저할 여유가 없다. 노동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보여달라. 이와 동시에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때 국민들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캐머런 총리가 보여준 강한 의지, 우리 정부에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