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이 경기를 정말 잘했다."
자신만만하던 '오토대제' 오토 레하겔 그리스 축구 대표팀 감독이 완패를 인정했다. 레하겔 감독은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에서 한국에 2-0으로 패한 후 "우리 팀 선수들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레하겔 감독은 "세트피스는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통해 골을 넣지 못했다"며 "하지만 한국은 반대로 세트피스에서 골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수들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게 커다란 문제였다"며 "한국 선수들은 빠르고 공이 있는 곳이라면 계속 달려갔다"고 한국 대표팀에 찬사를 던졌다.
레하겔 감독은 전반 7분에 수비수 이정수에게 얻어맞은 골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한국 선수들이 상당히 투쟁적으로 나왔는데 만약에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취재진은 자국 대표팀의 경기에 무척이나 실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 그리스 기자는 "조별리그에서 이제 맞붙게 될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한국보다 강한 팀인데 이제 보따리를 쌀 준비가 됐냐"며 레하겔 감독에 비난성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자 레하겔 감독은 "그렇게까지 실망한 것은 아니고 다음 경기에는 부족했던 점을 손을 좀 봐서 용기를 내야 하겠다"며 "다른 경기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다음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한편 월드컵 사상 원정 첫 승을 기록한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모든 토너먼트에서 첫 경기가 어려운데 선수들이 잘해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그리스에 대비해 준비한 것이 제대로 이뤄졌다. 우리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허 감독은 아르헨티나전과 관련, "우리 선수들도 위축되지 말고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우리가 할 것을 한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한 단계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발전해야 될 게 많지만 강한 팀이라고 주눅들지는 않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한국 대표팀의 첫 승에 AFP와 AP 등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승전보를 앞다퉈 전했다. AFP는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한국이 2004년 유로 챔피언이었던 그리스보다 "훨씬 빠르고(too fast), 압도하는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too smart)"고 보도했다. AP통신도 한국팀이 "무기력한(lackluster)" 그리스 팀을 물리쳤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신화통신도 박지성 선수를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라 소개하며 드리블로 두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가 슛을 한 과정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