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손해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손해보험사들이 또 보험료를 인상한다. 온라인보험사 중심이기는 하지만 물가 당국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이 이달부터 보험료를 평균 4% 인상한 가운데 온라인 손보사들이 급증하는 손해율에 대처하기 위해 다음달 또 2% 이상 보험료를 올리기로 했다. 두 달 연속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가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8%, 업무용은 2.3%, 영업용은 1.5% 추가로 올린다. AXA손해보험과 하이카다이렉트도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다음달 각각 2.6%, 2.5% 인상한다. 이달 들어 자동차보험료가 평균 4%가량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불과 두 달 만에 보험료가 6% 이상 오르게 된다.
업계에서는 온라인자동차보험사들이 연이어 보험료 인상에 나섬에 따라 영업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중소형 손보사들도 추가로 보험료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연이어 올리자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 등 물가 당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민생안정 차관회의에서 정비수가 인상에 따른 보험료 상승요인을 손보업계의 자구노력 등을 통해 흡수함으로써 자동차보험료의 인상 수준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보험료가 인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가뜩이나 물가 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서민물가 불안심리를 한층 가중시킨다는 점도 물가 당국으로서는 불쾌한 소식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보험료가 업계 자율인 만큼 보험료 인상을 강제로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하지만 물가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융위 등 소관 부처에서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보험료 인상 최소화를 발표했던 금융위는 금감원에 책임을 떠넘기며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8월 정비수가 인상요인에 의한 보험료 상승은 최소화했지만 손해율 상승에 따른 인상요인은 별개의 문제"라며 "보험 관련 감독 업무는 금감원에 위탁한 만큼 금감원에서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재정부 등 물가 당국은 보험료 인상요인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중장기적인 처방을 내릴 방침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보험료뿐 아니라 보험 서비스 등을 세밀하게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경쟁을 저해하는 암묵적인 가격 담합, 진입 장벽 등을 조사해 없애겠다"고 말했다.
'손해율 상승=가격 인상'이라는 공식으로 손실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손보사들의 자구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설계사ㆍ독립법인대리점(GA) 등에 지불하는 유통비용을 줄여 손해율 상승을 상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