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두의 의료기기제조업체인 ㈜메디슨(대표 이민화)을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지난 85년 모 의료기기업체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을 밟던 李회장은 새로운 모험을 시도한다. 회사측에서 국책과제인 초음파진단기 개발을 포기하자, 같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KAIST 동료들을 설득해 독립을 한 것. 당시만 해도 박사급 연구원이 좋은 직장을 버리고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이 요즘처럼 흔치 않던 때였다. 그러나 그는 보란듯이 성공했다. 당시 제품과 차별화된 작고, 저렴하고, 들고 다니기 편한 초음파진단기가 히트를 친 것이다.
창업한지 15년이 지난 요즘 메디슨은 3차원 초음파진단기를 비롯, 영상진단기의 꽃인 MRI, X-레이 촬영기, 의료정보화시스템인 PACS, 고부가 가치품목인 인공장기 개발 등을 생산하는 종합의료기기업체로 성장했다. 98년말 기준 수출실적만 1,350억원에 총 1,90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중국 상하이공장 등 12개 해외법인과 3,502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메디슨이 GE, 지멘스, ATL, 히타치 등 외국기업들이 장악하던 국내 의료기기시장에 벤처정신을 갖고 과감히 뛰어든지 15년. 이제는 이들 다국적기업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고 자부한다.
메디슨은 척박한 불모지를 개척해 옥토로 바꿔 놓으며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벤처정신의 상징이 되었다. 초기에는 주로 중저가제품을 취급하며 세간의 탐탁치 않은 평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ISO 9001인증과 권위있는 의료인증인 EN46000 등을 획득하며 고부가기기 시장의 문도 활발히 두드리고 있다.
메디슨 고속성장의 원동력은 「핵심역량 집중과 아웃소싱」. 핵심기술은 투자를 집중하며 선발업체를 인수 합병(M&A)하거나, 남이 할 수 있는 것은 분사(SPIN OUT)을 통해 외주를 주는 전략이다.
지난 96년 오스트리아 크레츠(KRETZ)에 1,000만달러를 투자해 60% 지분을 확보해 세계 유일의 3차원 음파진단기 기술을 개발하고, 97년 일본 아코마(ACOMA)를 인수해 X-레이 기술을 국산화한 것이 M&A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습득 외에도 영업력을 넓히기 위한 M&A도 추진했는데, 지난해 중국의 초음파진단기업체인 뉴알파인(NEW ALPHINE)과 합작하기도 했다.
물론 메디슨은 창업이후 매년 매출액의 10~15%를 연구개발비(R&D)에 투자하며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해 왔다. 상당한 수준의 자체 기술력에다 앞선 업체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거둔 것이다. 또한 거대 의료 기업들이 자리 잡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시장 점유율을 넓혀갈 수 있었다.
메디슨은 또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부서를 운영하고 스톡옵션을 도입해 직원들의 성취욕을 자극한다. 어느정도 자립능력을 갖추면 직원들의 창업을 지원, 회사와 직원들이 절반씩 투자하는 방식으로 분사를 실시한다. 이렇게 되면 윈윈(WIN-WIN)효과가 발생한다. 메디슨은 원가 절감, 사업 다각화, 든든한 울타리 보유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게 되고, 분사업체는 본사에서 지원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분사는 의료관련 인터넷서비스 및 의료소프트웨어개발 업체인 메디다스, 생체신호진단기 개발업체인 메리디안, 한방분야 전자의료기기업체인 바이오시스 등 분사한 곳만 10개가 넘는다.
메디슨은 오는 2002년 초음파진단기 부문 세계 1위를 비롯 종합 선두의료기기업체로 떠오르며, 국내시장에서 40%(약 1조 6,000억원) 시장점유율을 목표하고 있다. 이때 쯤이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의료관련 비즈니스나 인공심장 등 생명공학 분야도 활짝 꽃피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벤처기업의 선발주자로 전자의료기기 산업 발전과 역사를 같이 해 온 메디슨. 최근에는 모 월간지가 정부 부처, 경제단체, 증권회사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선정한 50대 기술기업중 8개기관의 추천을 받아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광본기자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