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대출전담은 신설시급”/한보사태는 「대기업 편중」대표적 부작용/담보관행·꺾기 등 시정… 자립노력도 절실『중소기업들은 최근 WTO체제 출범 및 OECD가입이라는 외부요인과 함께 경기침체, 고비용·저효율구조의 심화, 채산성 악화 등 국내 특유의 구조적 요인까지 겹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습니다. 정부와 중소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습니다』 김직승 태양당인쇄(주)회장(56·인쇄연합회장)은 최근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한경쟁의 바다에서 떠도는 돛단배에 비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비전불재와 상대적 소외의식으로 인해 기업의욕을 잃고 있으며, 심지어는 계속해서 기업활동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정도라는게 김 회장의 진단이다.
김 회장은『지난 3공화국때부터 정부의 산업정책은 온통 대기업 중심이었으며, 이로인해 야기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오늘의 왜곡된 경제현실을 낳았다』면서『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이 가져온 대표적 피혜사례가 바로 최근 불거진 한보사태』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김 회장은 『한보철강에 불법대출된 5조원은 5만개의 중소기업에 1억원씩을 대출해 줄 수 있는 천문학적 규모』라면서 『이같은 돈이 중소기업에게 지원됐더라면 중소기업 활로모색 및 사기진작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같이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게 한나라의 경제를 떠바치는 실체적인 산업기반』이라면서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중소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중소기업 활로모색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와관련,『현재 중소기업들은 직접금융이나 단자, 보험 등의 제2금융권에는 접근할 수도 없어 제1금융권에 대한 자금 의존율이 70%에 이르고 있는 등 상시적인 자금조달난을 겪고 있다』면서 『차제에 중소기업 대출만을 전담하는 은행 신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조만간 금융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등 신규 은행설립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획기적 결단이 없이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대어를 낚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또 『현재 신용보증기금은 많은 대위변제 손실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효율성은 저조한 편』이라면서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신용보증업무의 일부분을 이양하는 공동신용보증제를 도입할 경우 중소기업은 신용에 의한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신용보증기금은 대위변제규모를 줄여나갈 수 있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해서도 『그동안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해 왔던 제도 및 관행의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고질적인 담보위주의 대출관행과 꺽기 등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 활로모색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방향 전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우선 요구된다』면서 『개개 중소기업인은 물론 중소기업지도자들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는, 그야말로 몸을 던지는 자기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