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주식 팔고 채권으로 눈돌린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 이후 외국인이 그 동안의 투자패턴을 버리고 주식에서 채권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되고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쌓이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채권은 신용등급 상승에 안전자산 선호까지 겹이면서 투자매력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주식시장 이탈과 채권 쏠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은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중 1,8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는 등 이날 47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로써 외국인의 최근 나흘간 순매도 규모는 4,200억원 넘었다.7월27일부터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하기 직전인 이달 24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무려 7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다른 행보다.

이에 따라 8월 한 때 1,950선을 넘나들었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1,905.12로 1,900선을 겨우 지켜내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8월 들어 24일까지 국채를 1조원 가까이 파는 등 6,523억원의 국내 채권을 순매도했지만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Aa3로 올라갔던 27일부터는 나흘째 4,600억원 이상의 채권을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기사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채권 금리도 사상 최저가 행진을 재개했다. 이날 국채 5년물 수익률은 장중 2.85%까지 하락했고 3년물도 2.76%로 나흘만에 0.05%포인트 하락했다.

외국인이 신용등급 상향이라는 동일한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이처럼 엇갈린 행보를 보인 것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그 동안 외국인 매수를 이끌던 경기부양기대감이 최근 한 풀 꺾이면서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날에도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장중 6,000계약 이상을 순매도했는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 다음달 6일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정책기대감이 희석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대규모 선물 매도에 나설 경우 베이시스가 약화되면서 4조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순매수차익잔고가 매물폭탄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도 “외국인이 7월 이후 이머징 마켓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자금 규모가 사상 유례없이 컸다”며 “외국인들은 정보망을 통해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고 뉴스가 나왔으니 이벤트성 자금 유입은 일단락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 기준금리 추가인하 기대감, 안전자산 선호 강화 등으로 겹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과 안전자산 선호라는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당분간 외국인의 채권 매수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 외국인은 2년 이하의 단기물 중심으로 일부 차익실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 조정 이후 매수로 돌아섰다”며 “해외채권펀드에서 한국 채권의 편입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정책기대감이 희석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돼 외국인 중심의 수급개선을 기대해볼만하다”고 분석했다.


서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