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를 필두로 일본 및 유럽 등 세계 주요 증시에 황소 장세(bull market)가 형성되고 있다. 이들 증시는 영업일 기준으로 1주일에서 길게는 10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 2001년 9.11테러 직후에 나타난 랠리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가고 있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지난달 21일부터 시작해 이 달 들어 지난 4일까지 10일 동안 단 한차례를 제외하곤 연속 상승, 지수 9,000대를 돌파했다. 4일 기록한 9,038.98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래 최고치다. S&P 500 지수 역시 10일새 9일이나 오른 끝에 지난 4일 986.24를 기록하는 등 1,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으며, 나스닥지수는 지난 주 52주 신고가 경신에 이어 4일에는 1,634.65까지 치솟아 1년래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지난 3월 11일 랠리가 가시화된 이후 현재까지 모두 20% 이상 상승, 전저점 대비 20% 이상 지수가 오를 경우 강세장으로 보는 시장 기준에 부합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뉴욕 증시가 강한 랠리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라크전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거된 가운데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 대부분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P 50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올 1ㆍ4분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9% 증가했다. 또한 공급자관리협회(ISM) 서비스지수와 1ㆍ4분기 생산성 증가율이 각각 54.5와 1.9%로 개선되는 등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최근 수년 유례없는 수렁에 빠졌던 도쿄 증시도 황소 장세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해 이 달 들어 5일까지 7일새 6일이 올라 8,600선을 돌파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토픽스 지수는 7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토픽스 지수가 7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간 것은 지난 2001년 1월 이후 처음. 도쿄 증시의 이 같은 상승세는 무엇보다도 미 증시 랠리 영향때문이지만 지난 2000년 4월 지수 2만선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재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 아래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 큰 요인이다.
유럽의 경우 독일의 닥스 지수가 지난 3월 12월 저점 대비 40.7%나 오르고 영국의 FTSE 100지수와 프랑스의 CAC 지수 역시 25.7%, 27.5% 오르는 등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조치가 발표될 경우 오름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