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기환 대외경제협력특사(월요초대석)

◎“금융개혁으로 신용추락 극복”/미·일 등 잇달아 방문 우려 해소 주력/은행 부실화속 한은특융땐 부작용만/기아사태 경제논리로 풀어 해외의 인식 전환을□대담:김준수 정경부 차장대우 올들어 잇따른 대기업 부도 및 부도유예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대외신용도가 추락, 해외차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대외경제협력특별대사(약칭 경협특사)로 임명된 김기환 무역투자진흥공사이사장을 만나 해외차입의 실상과 전망, 해결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특사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코리안 프리미엄이 있으며 이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외국 금융기관이나 정부관계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정부가 문제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정부가 일관성을 가지고 금융개혁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환불능 없었다 ­지난 4월말 경협특사로 임명된 뒤 일본·미국·홍콩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했습니까.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차입선인 금융기관 종사자와 언론인, 정책입안자들을 주로 만나 한국경제·금융의 취약성에 대한 외국의 우려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득했습니다. 경상적자가 축소되고 있고 외채도 GNP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정부도 예산절감과 물가안정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번도 디폴트(상환불능)상태에 빠진 적이 없는 한국을 동남아, 남미 국가와 같이 취급해선 곤란하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은 어땠나요. ▲대개 이해를 표시하고 금융개혁을 제대로 해달라로 부탁하더군요. 이미 서울에 많은 외국 금융기관들이 진출, 우리 정부가 발표하지 않아도 한국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투명화해 국민들에게 문제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하더군요. ­기아사태로 코리안 프리미엄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상은 어떻습니까. ▲코리안 프리미엄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가산금리가 80bp(0.8% 포인트)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코리안 프리미엄을 줄이는 길은 기아사태를 경제논리에 따라 풀어가는 선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문도 그렇습니다. 외국인들은 또 경영자가 준부도를 낸 상황에서 그냥 앉아서 버티는 한국적 상황에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부와 기아가 대립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데요. ▲기아 쪽에서 그렇게 몰아가려 하는 거지요. 홍콩의 한 관계자가 『개입유혹과 압력을 견디는 게 정책당국자가 할 일』이라고 하더군요. 근무태만이 아닌 적극적인 불개입 말이에요. 우리 정부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은행의 부실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한은특융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융을 하고 말고는 한국은행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지만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봅니다. 외국에서도 한은특융을 할 경우 우리가 관치금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볼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아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부는 우리 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실채권 정리와 은행의 증자를 도와줘야 합니다. 부실채권은 출자자와 경영자, 과거 부실융자를 일으키도록 작용한 정부 등 모든 당사자가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은행 증자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정부가 도와줄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정부가 다 떠맡아서는 곤란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출자를 잘못하면 손해를 보는 것이 정상인데 우리에게는 정부가 주가까지 유지해줘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보편화돼 있어 문제입니다. 출자자들도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경영자율화 중요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합니다. 불안심리가 팽배해진 때문이며 여기에는 정부가 실기한 탓이 크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요. ▲불안이라는 것은 장래 예측을 못하거나 왔다갔다 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일관성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정부가 명확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일관되게 추진해나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특히 은행의 경영자율화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은행들에도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당사자들이 책임경영을 해야 합니다. 정부의 은행장 인사개입은 없어져야 합니다. 은행장, 경영진의 보수나 활동비에 대해서도 정부의 눈치를 안 보게 해야 합니다. 시중은행장의 업무량, 비중, 책임을 보면 대기업 총수보다 처우가 앞서야 하는데 정부의 차관급과 비교하면서 통제를 가해왔어요. 재 은행장이 좋은 투자가를 발견해내려면 사회활동도 많아야 하는데 골프를 칠까 말까 이런 거나 걱정해서야 됩니까. 다른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에서 경영을 잘하는 인재를 은행장으로 선출하고 보수도 시장원리에 입각해 이익을 많이 내면 많이 줘야 해요. 국책은행을 민영화하고 정부의 은행지분도 최대한 매각해야 합니다. ­정부가 금융자율화를 외치면서도 최근 시중은행의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등 구태가 여전하지 않습니까. ▲은행장후보가 주주를 찾아다니지 않고 청와대나 금융당국과 손잡고 운동하러 다녀 권력에 약한 것이지요. 한보사태도 이런 사람들이 저지른 것이구요. ­은행 소유권에 대한 지나친 제한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주체가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사견이지만 금융개혁위원회 건의안 중 가장 소극적인 부분이 은행 소유구조와 관련한 것이에요. 은행 소유상한(4%)을 12% 정도로 올려도 특정재벌이 은행을 독식하지는 못해요. 3∼4개 그룹이 은행경영에 참여하는 보람은행식 소유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밑바탕 낙관 소유지분 상향조정으로 은행이 사금고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감독이 강화되고 내년말이면 시장이 개방되기 때문에 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건실한 운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지요. 시장적 요인으로 건전경영을 강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외국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장기적인 현상이 아니고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어요. 우리 경제의 바탕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봐요. 하지만 현시점에서 과연 정부에 문제해결 능력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특히 지난 3월 타결된 노동관련법 개혁안이 타협의 결과이지 경제구조를 개혁하는데 만족스런 성과는 아니었듯이 금융개혁 작업도 두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에요. 임기말 대통령의 결단력과 추진력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는 눈치고요. ­곧 또 장기출장을 떠나신다면서요. ▲이달말 미국 뉴욕으로 출발해 다음달 24일께까지 워싱턴,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국제통화기금(IMF) 회의가 열리는 홍콩 등지에 들를 예정입니다. 1개 시중은행이라도 경영위기를 겪어 결제제도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면 우리 정부가 결코 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생각입니다.<정리=임웅재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