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굿당 때아닌 성업/서울인근 손님 쇄도 “15년내 최대 호황”

◎「퇴직공포」… 「도산공포」… 「사정공포」… 빌면 나을까/20대 대졸자도 상당수/한회 5∼6백만원… 손없는 날은 웃돈까지굿당이 붐비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리사회에 불어닥친 명예·조기퇴직 등 「퇴직공포」에 시달리는 직장인과 새해들어 더 심화된 불경기에 한보사태까지 터져 자금난에 빠진 기업인들의 「도산공포」, 정치인 및 관료들의 「사정공포」 그리고 이같은 소용돌이 속에 허탈해진 소시민들의 「의욕상실」 등이 겹쳐 때아닌 각종 굿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서울주변에서 가장 유명한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광주에 소재한 굿당에 따르면 예년의 경우 일주일에 많아야 2∼3건에 불과하던 굿이 지난해말부터는 하루 평균 2건 정도씩의 굿이 예약돼 있을 만큼 성업중이다. 이들 굿당의 경우 한회 굿을 하는데는 드는 비용은 5백만∼1천만원. 게다가 손없는 날에다 좋은 시간에 굿을 하려면 1백만원 정도의 웃돈을 얹어줘야 될 정도다. 서울 은평구 굿당의 경우 1회 비용은 평균 6백만원. 이 굿당은 새해들어 좋은 날을 고를 필요없이 주 10회 정도의 씻김굿·행운굿·병굿 등이 계속되고 있다. 굿을 원하는 층도 돈많은 회장님서부터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나이나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이 굿당 총무는 『굿당 시작 15년만에 최고로 바쁜 해가 될 것 같다』면서 『예년 같으면 손없는 날만 골라 굿을 하곤 했는데 요즘엔 밀려드는 굿 주문 때문에 좋은 날은 커녕 무당들이 힘들어 쉬고 싶다고 할 정도이며 자식들 결혼 때까지만이라도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빌어달라는 중견사원들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 광주 굿당은 아픈 사람을 잘고치는 「병굿」을 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두통이 계속되고 가슴이 답답하며 어지럼증 등이 계속되어 많은 병원을 전전했으나 단지 「신경성」 내지 「이상없음」이란 판정만 되풀이되어 「잡귀를 쫓아내면 될 것」이란 정신·신경성 질환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이 굿당을 찾아와 「병굿」을 해달라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 이들 굿당에서 행해진 굿의 사례를 참여 관찰해온 서울대병원 정신과 서병란 박사는 『우리사회가 극도의 가치혼돈 상태에 접어든데다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인한 기업 부도 및 명예퇴직 등과 같은 불황증후군까지 겹치면서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굿당이 붐비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박사는 굿이라는 것이 현실에서 풀 수 없는 응어리진 한을 푸는 수단으로 요즘 우리사회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허탈감·막막함 그리고 가슴에 차있는 울분 등을 굿이란 주술적 행위를 통해 풀고자 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럴 때일 수록 음악감상이나 산보·등산·독서 등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신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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