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신 통화전쟁 리스크 줄이기가 먼저

김태준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시론] 新통화전쟁, 리스크 줄이기가 먼저

김태준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22일 예상대로 올 3월부터 19개월 동안 매월 600억유로 규모로 총 1조 1,400억유로의 양적 완화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CB가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양적 완화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세계 경제는 신통화전쟁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ECB의 양적 완화 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로는 무엇보다도 먼저 유럽자금의 유입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미국 금리인상 전망으로 우려되는 자금유출을 일정 부분 상쇄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을 다소 억제하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로화의 달러대비 가치가 상당 수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교차환율인 유로·원 환율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유럽과의 상품 및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국내 수출기업들은 엔저와 더불어 유로화의 가치 하락으로 인해 해외시장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양적 완화를 통해 유럽경제가 회복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인한 자본유출로 불확실성이 커진 신흥국의 경제가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경우 우리 수출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ECB의 양적 완화 정책이 한국 경제에 어떠한 효과를 나타낼지는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의 주요 선진국들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무제한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서 디플레이션 위험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국내 금리정책에 대한 논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압력을 유로존의 양적 완화정책과 유가 인하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 폭의 확대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측에서는 무엇보다도 가계부채의 증가를 우려한다. 가계부채의 추가적인 증가는 더 이상 소비 증대효과로 연결되기 어렵고 올해 내에 미국이 금리를 1.5~2.0%포인트 인상할 경우 한국 경제의 뇌관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대주제인 ‘새로운 경제상황’의 핵심 키워드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시점에서 거시경제정책의 자율성이 제한된 소국 개방경제는 무엇보다도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보수적인 정책의 채택이 요구된다. 그리고 단기적·대증적인 접근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적, 공동체적 인프라를 강화하고 함께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처이기주의가 반영된 정책을 걸러내 국가 개혁차원에서 바람직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도출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신설된 정책조정수석실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정기능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이와 더불어 정책을 수행하는 담당자들이 보다 선제적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 지나치게 빈번하게 이뤄지는 공무원들의 순환보직 아래서 중장기적인 정책방안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다. 또한 서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민생관련 정책들이 원활히 법제화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업무수행과 자각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