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이 오랜 산고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증권주가 강세를 보이며 마치 내일이라도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할 것 같은 분위기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증권회사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오로지 잘못된 법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글로벌 IB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자본력, 네트워크, 평판, 위험관리 능력 등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증권사들이 글로벌 IB와 비교해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대부분 공감하는 바이지만 이 중 어느 것 하나도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됐다고 자동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증권사들이 글로벌 IB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자본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개인이나 기업과 같은 금융 소비자에게 얼마나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증권시장에 상장할 때 주간사마저 외국계 회사에 빼앗기고 있는 것은 법률미비 때문만은 아니며 한국 증권사의 서비스 수준이 이들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업종간 겸업 허용 및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기초자산의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이는 금융 소비자에게 훨씬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한국 증권사들도 글로벌 IB로 성장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하다.
이제 공은 증권사에 넘어갔다. 앞으로 증권사들은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와 비교해 대등한 또는 우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수준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자기자본을 적극적으로 확충해야 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증권사는 각자의 상황에 맞춰 잘할 수 있는 업무 분야나 지역을 골라 경쟁력을 확보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