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감기, 날씨 추워지면 걸린다?

감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대처요령<br>추위아닌 체내 바이러스 침입이 원인 주사는 특효약 아닌 열·통증 억제만<br>"소주에 고춧가루 최고" 생각은 금물 비타민 C 과다 복용 땐 설사 날 수도

아침저녁 공기가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면서 밤낮의 온도도 10도 이상 벌어지고 있다. 이럴 때 염려되는 것이 감기다. 인류와 역사를 함께 해온 인간의 가장 오래된 숙적 감기. 하지만 감기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을지대학병원 이양덕(호흡기내과)교수 도움말로 감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짚어보고 올바른 치료법을 알아본다. 1.날씨가 추우면 걸린다.
추위가 1차적인 원인은 아니다. 아무리 춥더라도 감기바이러스가 없으면 걸리지 않는다. 너무 추워 바이러스가 살 수 없는 극지방에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밤낮의 기온차가 큰 환절기 인체 방어능력이 떨어지면서 감기 등 호흡기질환에 걸린다. 난방을 심하게 할 경우 바깥 기온과 방안공기의 기온차가 커져 체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2. 감기에도 특효약이 있다.
흔히 ‘감기약=감기를 낫게 하는 약’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감기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감기는 코 목 기관지 등 호흡기 점막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과 알레르기성 질환을 총칭하는 병이다. 감기약은 치료제라기보다는 기침 고열 통증 등을 억제 시켜 몸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줌으로써 감기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힘을 키워 주는 매개체이다. 몸이 안정되고 감기에 대한 면역능력이 생기면 몸은 스스로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다. 3. 시럽은 약효가 떨어진다.
증상이 심해서 빠른 효과를 필요로 한다면 시럽상태의 약이 좋다. 시럽은 아기들이나 먹는 약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편견이다. 증상의 완화효과가 나타나는 속도가 빠른 것은 시럽제-가루약-알약 순이다. 액체상태로 녹아 있는 시럽제는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난다. 4. 주사 한방이면 씻은 듯이 낫는다.
많은 사람들이 주사가 최고라 생각하고 걸리면 으레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는다. 하지만 주사 한방으로 감기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사제는 먹는 약과 마찬가지로 기침 고열 통증 등을 억제 시켜 몸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신기한 것은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몸이 훨씬 좋아진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는 주사약에 많이 사용되는 진통소염제 때문이다. 진통소염제를 사용하면 감기로 인한 두통이나 몸살 증상이 급격히 완화되는데 이를 두고 병이 나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5. 빈속에 먹어야 약발이 잘 듣는다.
아니다. 공복에 약을 먹으면 위에 무리가 줘서 염증이나 속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음식이 소화되기 시작하는 식후 30분이 적당하다. 식후 30분을 지키려다 약 먹을 시간을 놓쳐버린다면 생각날 때 먹어도 된다. 식사를 한지 오래 됐거나 배가 출출한 경우라면 간식을 한 후 먹으면 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6. 소주에 고춧가루가 최고.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실제 과음을 한 다음날 감기약을 먹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져 목숨을 잃을 뻔한 사례가 많다. 감기약에 들어있는 항히스타민 때문이다. 항히스타민제는 재채기와 콧물을 멎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뇌 중추신경계를 억제하고 마비시키는 기능도 있다. 술 역시 뇌중추 신경을 마취시키는 약물이기 때문에 술기운에 감기약을 먹으면 불 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뇌에 들어가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생명 중추까지 마취시키게 되어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7. 비타민C는 많이 먹을수록 좋다.
비타민C 정제나 과립 등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설사나 요로결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 감기를 쫓으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인체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도중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발한작용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상영 의학전문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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