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체제는 많은 것을 파괴하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제도와 관행을 초단기간내에 도입하는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회계 및 외부감사」라는 영역도 IMF이후 격변기를 거치고 있다.
금융위기의 핵심원인인 금융부실, 기업부실의 기초에는 항상 「부실회계」가 자리하고 있음을 생각할때 어쩌면 회계 및 감사제도의 혁명은 IMF체제의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벌이고 있는 구조조정작업의 중요한 대목마다 회계법인의 자산부채 실사가 불가피한 요소로 등장하는 등 회계시장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가 바로 서려면 회계가 바로 서야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회계제도 개편의 배경과 방향>
IMF 이전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행태는 비효율성과 낙후성을 면치 못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간 우리 기업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수익성보다는 외형성장 정책의 추구, 과다한 차입경영 및 외부감시ㆍ감독기능의 부실 등으로 낙후된 경영행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또한 대주주에 의한 이사 및 감사 선임권의 독점으로 이사회 및 감사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경영진은 다수의 주주나 이해관계자의 이익보다는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하여 우리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부정적 시각과 우리 기업에 대한 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함으로서 외환위기를 자초한 면이 많았다.
또 기업이 작성하는 재무제표가 분식회계 처리되고 외부감사인의 기업재무제표에 대한 부실감사가 상존하고 있었으며, 우리 기업회계기준이 국제적인 회계기준과 비교하여 엄격하지 못하여 기업의 손익조정의 여지가 있었다. 특히 금융기관의 회계처리를 감독목적에 따라 금융기관 업종별로 달리 적용하고, 적용연도별 상황에 따라 적용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우리나라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재무제표가 기업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외국인들의 불신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확보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 크게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은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회계제도 개편 작업을 진행중이다.
첫째 조건은 내부견제기능 강화를 통한 기업경영의 효율성 제고다. 즉, 기업경영의 비효율을 방지하고 경제민주화의 실현을 도모하기 위하여 대주주 및 소유경영자 중심의 기업경영 관행을 견제하는 동시에 소수주주의 권익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경영 의사결정과정의 독단성과 폐쇄성을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내부견제기능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
둘째는 기업경영정보 전달체계의 효율성 증대 문제다. 이를 위하여 기업의 경영성과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정보전달체계를 구축하여 정보이용자가 용이하게 회계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기업경영정보와 회계정보에 대한 비교가능성 및 이해가능성을 높여 이해관계자의 편의를 도모하여야 한다.
셋째 조건은 경영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위한 회계정보의 투명성 제고. 이를 위하여 기업회계기준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회계기준 수준으로 개선하여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과 이해가능성을 확보하는 한편, 회계감사의 질적수준을 향상시켜 부실감사를 예방하기 위한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 등 외부감사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 방안>
◇내부견제기능의 강화=기업 내부통제기능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대주주 또는 소유경영자 중심의 기업경영관행을 개선하기 위하여 상장법인에 대해서는 사외이사의 선임을 의무화하여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견제토록 하는 제도가 이미 도입됐다. 또 이러한 사외이사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외이사 수를 총 이사수의 50%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 사외이사의 자격을 경영, 경제, 회계등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로 제한하고 최대주주 등과 이해관계에 있는 자를 제외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 졌다.
상법상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경영에 대한 견제기능을 제고하기 위하여 일정 규모 이상인 상장법인에 대하여는 감사를 상근하도록 하고 감사 선임시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고 상근감사 외에도 사외감사를 선임하도록 권장하는 등 내부감사제도도 개선됐다.
소수주주권 특례제도 및 주주제안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이루어졌다. 상장법인의 소수주주에 대하여 이사 또는 감사에 대한 해임청구권, 주주의 대표소송 제기권 등 소수주주권을 강화해 대주주 견제 기능이 확보됐다. 그 외에도 IBRD(세계은행)의 권고에 따라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경영자를 견제할 수 있도록 회계감사와 관련하여 외부감사인 선임과 해임, 내부통제제도의 적절성 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제도의 도입여부가 검토 중에 있다.
◇기업 경영정보의 효율적인 전달=기업 경영정보의 효율적인 공시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이미 금융기관 공시제도를 통일하고 강화하여 이 제도를 금융감독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공시수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공시의 유용성을 제고하는 등 금융기관 경영공시제도가 개선됐다. 그리고 현행 문서공시제도의 불편과 효율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시서류의 접수 및 수리를 자동화하고 공시를 전산화하는 한편, 재무정보의 검토·분석 시스템의 개발을 추진하는 등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 등에 대한 전자공시제도도 추진중에 있다.
그 외에도 상장법인 등의 경우 해외현지금융현황, 사업부문별 정보 등 주석 사항을 확대하고 내용과 형식을 통일된 방법으로 공시하는 재무제표 주석 공시의 확대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호지급보증등 부외거래의 공시, 최대주주등과의 거래내역 신고공시 및 공시의무 위반시의 조치기준도 강화됐다. 유가증권 신고서 등을 허위 작성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됐다.
◇회계제도의 국제화 추진=회계제도의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금감원은 98년 12월에 기업회계기준을 전면 개정하여 외화자산·부채에 대한 외화환산손익을 이연처리에서 당기손익으로 처리하고 자산재평가제도를 2000년말까지 한시적으로만 인정하고 그 이후에는 폐지하도록 했다. 채권·채무의 계약조건이 법정관리 등으로 변경되는 경우에 현재가치로 평가하도록 하여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고 관계회사주식에 대하여 지분법 평가를 의무화하여 계열회사의 경영실적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등 기업회계기준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향상시켜 기업의 실상을 정확히 나타내도록 했다.
그 동안 문제가 되었던 금융기관의 회계처리에 대하여 유가증권에 대한 전면적인 시가 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지급보증채무에 대하여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도록 했다. 법정관리, 화의 등으로 채권이 재조정되는 경우 이에 대한 손실을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경영성과와 자산가치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도록 금융업종 회계처리준칙을 제정, 운영되고 있다.
◇외부감사제도의 선진화 도모=기업의 당기순이익에 대한 유혹, 금융기관의 대출관행, 손해배상이나 세금추징 또는 처벌 등 사회적 행정적 응징의 미흡으로 인해 분식회계나 부실감사가 항상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감독원은 감사보수의 상한선을 폐지하여 자유화하는 한편 감사인 수임제도 폐지를 추진하여 공정한 경쟁 및 감사인의 독립성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가 인지된 회사에 대하여 특별감리를 실시하는 등 감사보고서 감리를 강화하고 고발 등 조치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조치규정을 엄격히 적용하여 조치의 실효성을 제고함으로써 회계정보의 신뢰성 확보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 외에도 금감위의 기업회계기준 제정 권한을 민간에게 위탁하는 업무도 추진 중에 있다.
/안의식 기자 ESAHN@SED.CO.KR (도움말 금융감독원 유재규 회계제도연구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