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를 단일통화로 통용하는 유로존 국가 재무장관들이 유럽경제 침체에 대한 책임을 중국 위안화에 지우고 있다. 이들은 유로화에 대해 위안화 평가절상이 이뤄지면 중국의 수출은 줄고 유럽의 수출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대학교재의 지침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중국의 값싼 수출품은 유럽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왔고 이는 소비를 촉진시켜 유럽 본토 경기도 진작시켰다. 반면 유럽 수출품도 급속히 확대돼가고 있는 중국 소비 계층을 파고 들어왔다.
올 들어 지난 5월과 7월 사이 중국으로 수출된 유럽 제품은 17%가량 증가해 총 218억달러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유럽으로의 중국 수출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쪽에 편파적인 무역이 아닌 것이다.
심지어 위안화가 평가절상된다 해도 유럽 수출이 크게 늘어날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유럽과 중국 간의 노동비용이 워낙 커 유럽 제품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평가절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원재료를 값싸게 살 수 있어 위안화 강세로 낮아진 가격경쟁력을 만회할 수 있다. 사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은 유럽보다는 아시아 국가들에 더 유익하다. 유럽이 티셔츠 등 중국 수출품에 대한 쿼터제를 실시한다면 소비자들은 중국 제품을 입도 선매하려 하거나 중국 이외의 대안이 될 아시아 제품을 원할 것이다.
유럽으로서는 석유가격이 배럴당 80달러나 되는 이 시점에서 유로화의 강세를 훼손해야 할 이유가 불분명하다.
강력한 단일통화는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다른 생산품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유럽의 중산층들이 아시아나 미국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중국 당국도 위안화가 급격히 절상될 경우 실업률이나 사회불안을 통제할 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패닉 상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13개국 재무장관들은 유로화를 평가절하하는 데 신경 쓰기보다 세금이나 규제정책을 손보는 데 치중해야 한다. 더구나 독일의 페어 슈타인브뤼크 재무장관 등은 프랑스와 달리 강한 유로화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환율 문제보다는 고급기술,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에 보다 초점을 두고 일해야 한다. 이제 유럽이 스웨터를 짜는 시대는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