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글로벌 공조가 답

재정위기로 난파 직전에 몰린 유럽이 지난주 말 난데없이 배짱을 부렸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이 "중국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중국이 투자하도록 정치적으로 협상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몰린 프랑스도 중국 도움은 안 받겠다고 버티고 있다. 프랑스 제 1야당 사회당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국에 도움을 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럽이 중국에 자꾸 약점을 노출하면 위안화 절상 등을 요구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정중히 도움을 청해도 모자랄 판에 유럽이 되레 견제에 나서자 중국도 발끈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이 유럽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만든 문제를 자신들이 풀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지난주 말 설전을 벌인 유럽과 중국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공조의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유럽과 중국이 기싸움에 몰두해야만 할까. 이미 유럽은 재정위기가 자신들 힘만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중국도 저평가된 위안화와 각종 보조금으로 엄청난 무역흑자를 기록한다며 국제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불신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공조의 끈을 강화한다면 유로존은 중국의 도움을 받아 급한 불을 끄고 중국도 유로존 구원투수로 나서 책임 있는 국제사회 구성원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다. 지금은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오는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유럽과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얼마나 공조 체제를 구축할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유럽과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정화기금(EFSF) 투자 여부 등 시장에 감동을 줄 해결책에 합의해야 한다. G20 회원국도 이번이 데드라인이라는 심정으로 공조의 끈을 단단히 동여맬 필요가 있다. 지난 G20 재무장관회의 때처럼 또 한번 선언적 수준의 김빠진 합의문을 내놓는다면 국제사회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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