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일선 행정 개선부터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가 이해됩니다. 대산산업단지의 경우도 정권이 두 번 바뀌도록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충남 서산에 있는 대산산업단지의 입주업체 관계자는 공단 진입로 얘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내쉰다. 대산산단에 입주해 있는 4개 석유화학 업체들은 한해 3,000만톤이 넘는 물동량을 수송하기 위해 산단에서 당진까지 약 32㎞를 편도 1차로의 열악한 도로에서 곡예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도로는 지난 1997년 감사원으로부터 과잉투자 지적을 받은 이후 확장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정권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물동량은 크게 늘었지만 도로는 그대로다. 지방자치단체가 뒤늦게 확장에 나서고는 있지만 일반산업도로라는 이유로 공사에만 무려 10년이나 걸린다. 기업들은 기간산업도로로 바꿔 공사기간을 대폭 단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국정의 초점을 맞추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새 정부는 경제100일플랜을 만들어 투자의 걸림돌이 되는 이른바 ‘규제의 전봇대’는 모두 뽑는다는 생각이다. 새 정부의 분위기만 보면 모든 규제가 당장이라도 풀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산업현장을 둘러보면 뿌리 깊은 규제의 전봇대를 뽑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월18일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언급해 화제가 됐던 대불산단의 전봇대다. 대통령의 언급 이후 정부 당국과 지차체, 산단 관계자들은 대책회의를 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성과라고는 고작 전봇대 2개 뽑아낸 것 뿐이다. 도로 확장 작업의 경우 언제 예산이 확보될지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는 데는 법과 제도를 고치는 것 못지않게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마인드와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 아무리 지시해도 현장에서 집행할 자세가 안 돼 있으면 정책은 제대로 실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불산단의 전봇대처럼 대통령 말 한마디에 우르르 몰려갔다가 회의 몇 번 하고 그걸로 끝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당초 목표로 한 대로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일선 행정 현장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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