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번에 500만원 구입도… '통 큰 中관광객'에 유통가 즐거운 비명

[차이나 머니가 몰려온다]<br> 제주 면세점·서울 주요백화점, 중국인들로 '문전성시' 이뤄… 전용매장도 우후죽순으로 생겨<br>화장품 유통업체 직접 설립등 자본투자 징후도 곳곳서 포착

중국 국경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한국관광을 위해 중국인들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 총 5만8,000여명의 중국인이 한국 관광에 나섰던 것으로 집계했다. 김주영기자


유통업계가 '중국특수'라는 순풍을 만났다. 면세점 등 종전의 쇼핑 채널뿐만 아니라 중국인 전용 인삼ㆍ화장품 매장 등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발 맞춰 중국 및 대만 암웨이 등 중화권 기업들도 제주에서 보상관광(Incentive Travel)을 검토하는 등 비즈니스 차원의 한국관광도 빈번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돈 냄새를 맡은 화교ㆍ중국 자본도 국내 유통ㆍ숙박 분야로 손을 뻗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식ㆍ채권을 쓸어담으며 왕성한 식욕을 과시한 위안화는 이제 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관광ㆍ유통업계도 시나브로 블랙홀 같은 중국의 경제권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빠진 중국 관광객들= 요즘 제주도는 그야말로 중국 관광객이 넘쳐난다. 지난 11일 찾아간 제주시 칠성로 상가는 물론 제주시내 신라면세점, 중문단지 내 롯데면세점, 각종 토산품 전문점 가릴 것 없이 중국인 쇼핑객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중국 관광객이나 매장 점원들은 중국 위안화ㆍ달러ㆍ원화를 가리지 않고 사용하면서 물건을 사고 파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올 들어 9월말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은 3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 관광객보다도 5만명이나 더 많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림참조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것은 ▦경제 성장으로 인한 해외여행 수요 급증 ▦제주도 무비자 방문 허용 ▦직항노선(10개) 개설 등이 맞물린 덕분이다. 특히 관광업계에서는 직항로 개설이 중국 특수의 변곡점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는 서울에서 제주도로 가는 경우가 많아 제주는 관광, 서울은 쇼핑으로 기능이 이원화됐었다면 이제는 제주도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면세점 관계자들은 중국에서 제주로 곧바로 넘어오는 관광객 비중이 전체의 35%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 제주 롯데면세점의 3ㆍ4분기까지 중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0%나 신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국인을 주고객으로 한 쇼핑매장도 급증, 최근 3년 새 15개 정도가 새로 생겼다. 한류열풍에 힘입어 한국산 화장품 전문매장도 4개로 늘었다. 토산품 매장의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여행사와 손잡고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여행사 경력이 있거나 중국에 기반을 둔 화교 출신 사장이 있는 게 유리하다"며 "제주도 서울처럼 화교 출신 비즈니스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 관광객이 제주에서 얼마나 쇼핑하는 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며 "다만 전국에 걸쳐 외국인 대상 화장품 시장은 연간 2,000억~3,000억원, 인삼은 2,500억원으로 추산되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제주뿐 아니라 서울의 주요 백화점들도 지난 국경절 기간 중국 관광객 특수를 누렸다. 중국 국경절 기간인 1~7일 롯데백화점에서 사용된 중국 은련카드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무려 318%나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은련카드 매출도 지난해 동기 대비 3배나 증가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81% 상승한 현대백화점에서는 이미 올해 3ㆍ4분기 외국관광객 매출 중 중국인 비중(66%)이 일본인(34%)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이와 관련, 주준식 롯데백화점 마케팅팀 매니저는 "중국인들은 명품ㆍ화장품 등을 가리지 않고 1인당 평균 500만원 안팎을 소비한다"며 "특히 단가가 낮은 식품류를 많이 찾는 일본인과 달리 비싼 여성의류를 집중적으로 구입, 매출 기여 효과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화교자본 유통업 투자도 물꼬=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국내 주식 순매수는 488억원 규모였지만 하반기 들어 매수세가 몰리며 9월말 현재 1,74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무려 97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중국의 9월 말 현재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6%가 늘어난 1조9,42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채권 사재기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국내 상장채권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에만 4,070억원에 달하는 등 7월 이후 9,143억원이나 됐다. 이에 따라 올해 순매수 규모도 3조2,000억원으로 뛰었다. 금융시장에서 왕성한 식욕을 보이던 중국 자본은 위안화를 앞세운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밀려들자 그들이 돈을 써대는 유통업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징후는 중국 자본의 투자 움직임에서 포착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한 대형 여행사는 국내 기업과 각각 50억원을 투자해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화장품 유통업체를 설립했다. 이 업체는 제주시내에 중국인을 상대로 한 200평 규모의 화장품 매장을 조만간 오픈할 예정이다. 특히 J사ㆍH사 등 국내 유명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를 맡겨 독자 브랜드도 론칭할 계획이다. 이 매장은 현재 국내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네이처리퍼블릭ㆍ엔프라니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포함해 일반 로드숍 브랜드 20~30개가 입점할 것이란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한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매년 20~30%씩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는 화장품 시장을 노린 것"이라며 "이 업체는 제주도와 중국을 오가는 전세기 노선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의 경우 독자 브랜드가 중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 장기적으로 중국 현지에 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합작법인은 제주도 호텔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약 100억원을 투자해 기존 호텔을 인수하든지, 호텔을 짓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의 한국 상륙을 알리는 신호탄들이 이미 곳곳에서 솟아 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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