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근로소득보전세제 도입 전망과 과제

근로빈곤소득층 지원을 위한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도입 방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근로빈곤층 급증에 따른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EITC 도입을 검토했고 한국조세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 EITC가 정부의재정부담을 완화하면서 지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분석됐다. ◆양극화 해소.근로의욕 고취 통한 지원 2003년 현재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소득이 중위소득의 60% 미만인 근로빈곤 가구는 전체 가구의 15.4%에 달한다. 또 도시근로자가구 중 중위소득 60% 미만의 근로빈곤가구의 비중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7.0%에서 2002년 16.6%, 지난해 18.0%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외환위기 이후 실업률은 회복되고 있지만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는 임시.일용직및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로 근로빈곤가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잠재성장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정부의대책이 필요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공부조는 일할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도일괄적인 지원을 해주는 등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야기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원 대상을 모든 빈곤층으로 확대하기보다는 근로빈곤층으로한정, 재정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는 EITC의 도입을검토하기로 했다. ◆EITC 효율성.현실성에서 유력한 대안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방안으로는 EITC 외에 기초생활보상제도 확대, 연금, 수당 등도 있지만 재정 문제 등을 감안하면 EITC가 현실적이고 효율성이 있는 제도라는 게 조세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의 결론이다. 우선 기초생활보상제도를 확대, 최저생계비를 상향 조정하면 기업들의 부담이커지고 저임금의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중국이 버티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현실성이 없다고 연구기관들은 지적했다. 또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고 취업기간이 실직기간보다 짧은 근로빈곤층의 특성을고려하면 상향 조정된 최저생계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 인구 분포에 따라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은 재정 부담이 크다. 대표적인 수당인 아동 수당의 경우 둘째 아이부터 10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15조원이 필요하다. 연금은 고령이 돼야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30∼40대 가장이 대부분인 근로빈곤층 가구가 혜택을 볼 수 없다. ◆EITC 근로소득 많으면 더 많이 지원 EITC는 정부가 저소득층을 지원하되 근로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해주는 제도다. 일할 의욕이 없는 빈곤층까지 일괄적으로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주는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일정 소득수준까지 소득이 높을수록 지급액이 증가해 소득보장위주의 복지에 비해 근로 유인 효과가 크다. 미국에서 1975년 처음 실시된 이 제도는 현재 영국, 프랑스, 벨기에,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들이 각국의 특성에 맞게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두 자녀를 둔 가장의 연간소득(2003년 기준)이 8천달러면 정부 지원금이 3천210달러지만 연소득이 1만달러면 4천10달러, 1만3천달러면 4천204달러로소득이 높아질수록 지원액도 늘어난다. 하지만 지원금은 연간소득 1만3천달러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든다. ◆재원마련.소득파악 문제점 EITC의 도입 여부는 물론 지원 대상과 지원 규모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EITC의 도입을 위해서는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이 제도의 핵심인 소득파악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조세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이 도입을 전제로 검토 가능한 EITC 모형으로 제시한 3가지 방안은 최소 5천억원에서 최대 1조5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EITC를 근로자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이고 EITC 대상을 아동이 없는가구와 자영업자로 확대해 미국과 영국 수준(국내총생산의 0.3∼0.4%)으로 지원하면2조∼3조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재정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와 관련, 아직 EITC 도입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원에 대해본격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면서도 "소득공제 등을 확대하지 않으면 소득공제의 자연 증가분을 절감할 수 있어 이를 EITC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EITC는 가구의 소득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가구원 개개인의 소득파악이 필수적이지만 과세 당국의 자료 확보 수준은 상당히 미흡하다. 국세청이 신뢰성있는 소득파악장치를 보유하고 있는 대상은 임금근로자 74%, 자영업자 29∼49%이고 자영농어민은 소득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계정상 각각 46조원과 6조9천억원에 달하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소득자료 보유율도 각각 57%와 55%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소득 불성실신고 등으로 부정 수급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EITC를 실시한지 30년이 된 미국의 EITC 부정 수급액도 전체 지급액의30% 수준인 90억달러에 달할 정도다. 소득파악 문제 해결을 위해 소득파악이 쉬운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실시하면 헌법의 평등권을 위배할 소지가 있고 정치적 문제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 근로의욕을 높이는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미국의 경우 편모가정과 같은 일부 계층에서는 EITC 도입으로 노동공급이 증가했지만 가구단위로 소득이 합산되는 과정에서 남편의 소득이 있는 부인 등 2차 소득자의 노동공급은 감소했다. ◆세제인프라 구축 시급 EITC의 타당성을 검토한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EITC 도입을 위해서는 정확한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세제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상용근로자 중 저소득근로자와 일용근로자도 지급조서 제출을 의무화하고영세사업장의 자영업자와 소속 근로자의 소득 파악을 위해 매출과 경비 등을 기재하는 간편장부 기장 대상을 확대하는 등 모든 소득에 대한 자료를 수집.관리해야 한다고 이들 연구원은 지적했다. 또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을 어렵게 하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금융소득 등 자산소득과 이전소득에 대한 지급조서 제출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EITC 수급관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업자들이 소득파악률을높이는데 적극 협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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